동전의 양면처럼 기쁨과 슬픔이 극적인 플라멩코 공연
스페인 여행에서 꼭 봐야 할 공연으로 대부분 플라멩코 공연을 추천한다. 그래서 나도 그라나다에서, 그리고 이곳 세비야에서 두 번의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다.
스페인 플라멩코의 유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집시들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 들어온 것은 15세기로 추정되며 이 시기는 스페인 내에 무슬림 세력이 축소되는 시기로 1492년 그라나다가 함락되면서 무슬림과 집시들은 강제로 기독교로 개종을 당하거나 거부하는 자들은 추방당하고 혹은 산악지대 동굴에 은신해서 살게 되었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 숨어들어 박해받으며 살았던 이들의 한이 서려 있는 음악이 플라멩코이고 심오하고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죽음, 번뇌, 절망 등을 정서적 근원으로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라멩코는 이 마을 저 마을 이동했던 집시들에 의해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비롯한 안달루시아 여러 지방에 전파되었고, 이슬람 색 짙은 지역 전통음악과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열정이 녹아들면서 독 특한 예술적 색채를 만들어 온 것이다.
플라멩코는 바일레(baile-춤). 토케(Toque-기타 연주) 혹은 토카르(Tocar), 칸테(Cante-노래) 3요소로 하며 여기에 플라멩코 고유의 박수 소리인 팔마스(Palmas)와 타악기 등이 등장한다. (네이버 백과 요약)
흔히 스페인은 날씨가 따뜻하고 햇볕이 풍부해서 이곳 안달루시아 지방은 밀, 보리, 올리브 등 농작물이 풍부하고 살기 좋은 환경이어서 이곳 남쪽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밝고 명랑하다고들 한다. 기쁨과 슬픔, 밝음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있는 것인지 밝고 행복할 것만 같은 안달루시아의 춤 플라멩코는 내가 느끼기에 뭘까 한, 슬픔이 짙게 묻어 나오는 춤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플라멩코는 박자와 리듬이 살아있는 정열적인 춤이다. 기타 반주에 맞춰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는 하지만 거의 손뼉으로 이루어지는 음악에 댄서가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극적인 표정과 절도된 동작, 탭댄스처럼 바닥을 울리는 구둣발 소리, 그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춤이다
집시에게서 유래해서일까? 이런 낙천적인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렇게 온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슬픔? 아픔이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니, 댄서들은 무대에 올라 땀에 머리가 흠뻑 젖을 정도로 온몸으로 춤을 추었다.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급격하게 틀 때마다 머리가 휘돌아 감기면서 땀인지 물인지 사방으로 날릴 만큼, 가까이에서 공연을 보게 되니 목으로 얼굴로 땀이 흘러내리고 댄서들의 절규하는 듯한 표정에 나도 절로 얼굴이 함께 찡그려지는 기분이었다.
비록 가수의 노래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노래와 온몸으로 표현하는 슬픔과 열정적인 감정의 깊이를 가늠해 보게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 말미, 소위 커튼콜 장면에서는 댄서들이 1명씩 자신의 흥겨움을 나타내는 춤을 추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또한 그들의 즐거움이 진하게 전달되는 것이 또한 플라멩코 춤이었다. 슬픔도 기쁨도 강렬하게 온몸으로 겪고 표현하는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잠시 맛본 시간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