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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Dec 21. 2022

카카오 사태를 보는 개인적인 단상

지난 10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초유의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5천만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의 장시간 먹통 사태에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을 내보낸 것부터가 옳지 않다고 보여지지만, 화살이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한 젊은 여성 부사장에게 쏠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 등 인프라 이슈는 그 사인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기업의 대표나 CTO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터인데, 마치 총알받이로 대외 협력 담당인 여성 부사장을 내세운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온 국민이 기다리던 답을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그 준비의 소홀함과 가벼운 듯 캐주얼함이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이 상황을 피하거나 개선시킬 수 없었을까?



어느 날 퇴근 후 남편이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오늘 상대편 협상테이블에 여자가 나왔는데, 말이 도무지 안 통해서 힘들었어”



그 때,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 여자분에게 윗사람이 권한을 주지 않았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야.”



대부분 일생을 착한 딸로 커온 우리는, 회사의 지시와 매뉴얼을 철저히 이행하는 경향이 크다. ‘말이 안 통한다, 융통성이 없다,’ 등의 저항을 접하면서도 과정의 순수성을 고수하고자 한다.



반면 남자 동료나 후배가 상사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작은 사고를 저지르면서 까지, 결과를 만들어 오는 경우를 나는 종종 접한다.



이런 차이는 남녀의 성장 과정의 차이에서 생기는 것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딸과 아들을 키워보니 사춘기 시절 아들의 다크함은 상상 이상의 것이 었다. 비교적 온순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춘기를 거친 딸과는 현저히 달랐다.



나는 여성후배들에게 이런 협상의 자리에 대표자로 나설 때에는 가능한 여지를 충분히 상급자와 상의하고, 경우의 수를 되도록 다양하게 준비하여 임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어떤 조직의 총알 받이가 되기보다는 능동적인 해결사로서 보여 질 수 있도록, 사전 조율과 충분한 시나리오에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결론을 이끌 기 위한 승부수 라는 것을 면밀히 그려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려진 시나리오외에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상자 밖에서 생각해보는 것(Out of box thinking)도 연습이 필요하다.



엉뚱한 상상과 남들이 말리는 무리수를 품어보는 것이 우리를 틀 밖으로 이끌지도 모르니까.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로 서버 3만 2000대가 전체 다운되는 것은 정보기술(IT) 역사상 유례 없는 사안이라 대처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완벽한 복구 시점을 알 수 없다” 라고 인터뷰했는데, 아마도 내부 협의와 사전 조율에 따른 시간을 벌기 위한 답안인 ‘복구 시점을 알 수 없다’가 도출 되었을 터이다.



여러분이 이 자리였다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출처 : 우먼스토리뉴스(http://www.woman-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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