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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 Nov 12. 2019

짖지않는 개

2편 :  이종팔 

갓 태어난 새끼들은 꼬물거리며 움직였지만 어미는 새끼를 핥아주지도 않았다. 이곳에 와서 지난 3년 동안 매년 2번씩 10번 넘게 출산한 탓이었다. 새끼를 배지 않은 날이 일 년에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발정 주사를 맞고, 마찬가지로 발정제가 발라져 괴로워하는 수컷개에게 강간당하듯이 강제 교배되어 새끼를 배고 출산하고 그것이 365일, 어미개의 나날이었다. 혹사당한 자궁은 부풀다 못해 썩어가고 있었는데 특히나 이번 출산 때 마지막 강아지가 잘못된 방향으로 출산되는 바람에 자궁에 결정적으로 무리가 가해져 이 어미 개의 자궁은 다시는 강아지를 낳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막 출산을 끝낸 어미 개는 축 쳐져서 누워있었다. 이 어미 개도 이 방의 다른 개들처럼 온 몸의 털이 빠지고 불그스름하고 검푸른 곰팡이가 몸 곳곳에 피어있었으며 눈동자는 새하얗게 변한 장님인 상태였다. 부패된 홍시처럼 곪고 썩어가는 그 모습은 공포영화 속에서나 나올 거 같은 개의 모습이었는데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미간이 저절로 찡그려지는 몰골이었다. 그러나 이 어미개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원이 있는 대저택에서 찬란하게 털을 휘날리며 미모를 뽐내는 기품있는 개였다. 그러나 어느 날 집주인이 정원 한쪽에 싼 어미개의 똥을 밟았고, 그 날로 집주인은 고용인들에게 어미개를 당장 이 집에서 치우라고 명령하였다. 마당이 있는 이 우아한 집에 어울리는 소품인 줄 알았는데 똥이나 밟게 하다니! 집주인은 이 집의 격을 떨어뜨리는 어미개를 단 하루도 참을 수 없었다. 고용인들은 부랴부랴 개집을 치우고 개를 수거해갈만한 곳을 수소문하였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연락이 닿은 곳이 개 분양업자인 이종팔이었다. 

  썩어가는 개들이 있는 10평 방 한쪽에는 문이 있다. 그 문고리가 돌아가고 장화와 비옷을 입은 왜소한 체격의 한 남자가 들어섰다. 그가 이종팔이었다. 이종팔은 누구든지 한번 쳐다보면 잊을 수 없는 남자였는데 양피지처럼 수분끼라고는 하나 없는 해골을 연상시키는 얼굴과 반대로 기름기로 떡진 단발 곱슬머리의 중년을 훌쩍 넘긴 남자였다. 바짝 말라 박복해보이는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게 물기가 촉촉한 눈이 있었는데 속눈썹은 마스카라를 하여 풍성하고 길게 바짝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한 일자로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얇은 입술에는 새빨간 립스틱이 365일 발라져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개를 분양하는 일을 하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서울 경기 지방에서 기르던 개를 버리려는 견주라면 한번씩 그를 접촉하게 되었다. 그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파양할 곳을 찾는 사람들이 강아지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전화를 걸어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와 똑같은 모습이라며 평생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울며 말하였다. 그리고 때로는 서울 근교 전원주택 단지로 나가 마당에서 놀고 있는 개를 쥐포 간식으로 유인해 기절시킨 후 훔쳐오기도 하였다. 그는 어린 새끼의 경우는 인터넷에 올려 특가로 재분양을 하였고,그의 표현 그대로하면 똥개이거나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는 경우는 개고기를 도축하는 업자에게 한 마리당 3만원 정도하는 헐값에 넘겼다. 그리고 중성화가 되지 않은 품종견의 경우가 그가 가장 기뻐하는 전리품이었는데 그런 경우는 이 방으로 데려와 새끼를 빼는 용(그의 표현에 따르면)으로 사용하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개는 푸들과 치와와, 시츄였는데 그 이유는 봄,여름,가을,겨울 가리지 않고 기본 수요가 있는 품종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역한 냄새에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성큼성큼 케이지 사이의 통로를 지나갔는데 그가 지나갈 때마다 발소리를 들은 개들은 작은 케이지에서도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도망치려고 몸을 움직였고 어떤 개들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오줌을 지렸다. 그는 개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히죽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쪼그려 앉더니 출산을 막 끝낸 어미견이 있는 케이지에 손을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는 빗자루처럼 축 늘어져 꼼짝도 안하던 어미견은 그의 손길이 다가오는 기색을 알아채고는 숨을 헐떡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어찌나 무섭게 떠는지 적갈색으로 녹슨 케이지가 흔들흔들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종팔은 그러거나 말거나 어미를 밀치고 꼬물락거리는 새끼들을 잡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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