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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 Nov 12. 2019

짖지않는 개

1편 :  어떤 탄생 

1장 – 어떤 탄생 

 생명이 태어나기 적합한 장소는 어떤 곳일까. 만약 당신이 인간이라면 당신은 환한 헤드라이트와 소독된 의료기계들에 둘러쌓여 수많은 사람들의 지켜보는 가운데 태어날 것이다. 당신은 우렁차게 첫 울음을 뱉을 것이고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지닌 것을 축하받으며 깨끗하게 씻겨져 병원의 아기 침대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해 긴 시간 진통을 겪었던 산모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조치를 받은 후 청결하고 위생적인 공간으로 옮겨질 것이다. 1984년, 36년 전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당신도 그렇게 태어났다. 오늘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통계 볼 것- 대한민국 하루 출생 수) 0000명이 그렇게 태어났다. 행복하고 평범한 탄생.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불행히도 인간이 아니었다. 발이 네 개이고 꼬리가 있는 개였다. 2016년 대한민국, 모든 부와 모든 빈곤이 공존하는 곳. 서울특별시에서 이 강아지는 태어났다. 이 강아지가 태어난 곳은 쇠창살로 만들어진 케이지, 오랜 시간 방치되어 녹이 슬다 못해 적갈색으로 변한 케이지였다. 그 케이지는 버려진 매트리스들로 창을 다 막아버려 빛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10평 방 안에 있었는데 그 곳에는 케이지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다닥다닥 쌓여있었다. 아파트 단지처럼 수백 개의 케이지가 층층히 쌓여있었다. 각 케이지에는 크고 작은 개들이 한 마리씩 들어가 있었는데 케이지는 케이크 상자를 두 개 정도 붙인 크기로 작은 개들도 한 바퀴조차 돌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좁은 방에 최대한 많은 케이지를 두다 보니 케이지 층과 케이지 층 사이는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그리고 그 10평 방에는 빌딩처럼 쌓인 케이지 단지들 사이로 개털과 오물들이 켜켜히 쌓여있었다. 곳곳에는 작은 동산들이 있었는데 개 오줌과 똥이 뒤섞여 굳어진 것이 쌓이고 쌓여 생긴 오물 산이었다. 이 방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도 지독한 냄새에 비위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어도 구역질을 하게 되었는데 그 냄새 중 팔할은 이 오물산 냄새였다. 그리고 나머지 2할은 이 10평 남짓한 방안에 있는 수백 개의 케이지 안에 있는 개들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이곳에는 수백마리의 개들이 있었는데 웰시코기나 시바견처럼 몸집이 있는 중형견들은 1층에 있었고 푸들이나 말티즈, 포메라니언처럼 작은 개들은 높은 층에 있었다. 케이지는 가로로는 길이가 있지만 세로로는 높이가 낮아서 다리가 좀 긴 개들은 온전히 서 있기 힘들었다. 개들은 그 안에서 몸을 한번 빙 돌 수도 없었고 앞으로 앉아있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못했다. 더러운 환경에 대부분이 심각하게 피부병을 앓아 털은 옴팡 빠지고 피부에는 검푸른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또한 개들은 이는 썩어서 고름이 질질 흘렀으며 밀폐되어있는 케이지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눈은 눈물을 계속 흘리다 흘리다 악화되어 시력을 읽은 상태였다. 개들은 그곳에서 낑낑대며 누워있었는데 구슬피 낑낑대는 개들도 그나마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기력이 있는 개들이었다. 이곳에 온 지 1,2년이 지난 개들은 걸레처럼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말 그대로 이 방에서 개들은 산채로 썩어가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 채로 썩어가는 개들이 있는 10평 방 안에서 태어났다. 다닥다닥 쌓인 케이지 빌딩들 그 맨 밑바닥에 있는 케이지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태어났다. 주인공의 어미는 중형견으로 맨 아래층 케이지에 있는 개였다. 셔틀랜드쉽독이라는 품종으로 8~ 15kg 정도 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몬드형의 눈과 얇고 긴 얼굴, 실크처럼 부드럽고 긴 털이 고급스러워 귀족견으로 불리며 강남 쪽에서 조금씩 수요가 늘고 있는 개였다. 최하 80만 원에서 시작해 이런 저런 혈통서까지 붙이면 족히 천만 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지는 개였다. 프리미엄 강아지로 천 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는 개였다. 지금 막 출산을 마친 어미 개는 꼼짝하지 않고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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