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작 Nov 12. 2019

짖지않는 개

3편 :  전화

 “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회색놈 1마리에 트라이 2마리. 그리고 바이블랙 한놈이네.”

그는 꼬물거리는 새끼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비옷을 열고 바지 허릿단에 낑겨넣은 포대자루와 휴대전화기를 꺼냈다. 자다가 놀래 눈도 못뜬채 꼬물꼬물거리는 새끼들을 한손으로 툭툭 치며 전화를 걸었는데 높고 가는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이종팔입니다. 네. 개장수 이종팔이요... 어디긴 닭장에 있죠.” 

움직이는 새끼 중 회색털을 가진 새끼의 배를 눌러 뒤집어깠는데 새끼는 놀래서 낑낑거리지도 못하고 버둥거렸다.

  “ 총 4마리인데요. 네. 블루멀 태어났어요. 근데 불알이 있네요. 수놈이요. ” 

볼일 봤다는 듯 회색 블루멀을 포대자루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은색과 흰색, 황토색의

털이 섞인 강아지들을 빠르게 까뒤집고 휙휙 포대자루에 넣었다. 구슬을 담는 것처럼 그의 손짓은 망설임이 없었다.  

  “ 나머지는 트라이 두 놈인데 암컷들이에요. 이건 좀 줘야겠네 ”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남은 까만 강아지를 잡아 끌었다. 이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목덜미와 꼬리 끝, 얼굴 가운데 가느다란 하얀 줄이 있을 뿐 나머지는 새까만 강아지였다. 

  “ 한 마리는 제길 바이블랙이네. 얼굴은 이쁠 거요. 근데 수놈이네요” 

강아지는 그가 잡아끌어 배를 뒤집고 확일할 동안 눈도 뜨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개들처럼 버둥거리는 미약한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잠깐 통화를 멈추더니 강아지를 들어올려 얼굴 가까이 대보았다. 강아지가 희미하게 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 빨리 넘겨야겠구만. 내일이면 가겠어.” 

혼잣말을 한 후 수화기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어이, 아가멍멍 사장님. 네 마리 세트로 30만원 넘길게요. 네 마리 다해서. ” 

수화기 저편에서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 왜 그러냐고? 시팔. 우리 공장은 이젠 쉽독 장사는 끝난 것 같아서 그래요. 이 어미개가      이젠 상태가 영 아니올시다거든. 다른 개는 대 여섯 마리 낳을 때 세네마리 꼴랑 낳더니 

   색깔도 맘대로 안 나오고 나도 이젠 쉽독은 스톱하려고.. 이젠 시발, 그래 시바견으로 

  갈아타려고요. 내 마지막으로 떨이로 쏠게 . 아가멍멍사장님은 땡 잡은거지. 대신 오늘밤에

  가져가요. 안 그러면 도축장에 넘겨 어미랑 같이 개소주로 만들테니까. 쉽독 접으려고       맘 먹은 거 어미 처분할 때 한번에 넘길까 싶기도 해서. ” 

수화기 너머에서 사겠노라고 외치는 소리가 급히 울려퍼졌다. 부릉! 시동을 거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다. 이종팔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새끼들이 들은 포대자루를 들어올리더니 어미견을 바라봤다. 그리고 새끼들을 데려가는 것을 하얗게 먼 눈으로 바라보는 케이지 안의 어미견을 발로 퍽 찼다. 어미견은 걸레처럼 축 늘어졌다. 

  “ 꼴 좋다. 왕년엔 회장님 개였는데 말이지. 

    이젠 새끼도 다 뺀 것 같으니 된장 발라야겠네. 기다려. 예쁜아. 

    니 새끼들 넘기고 너도 좋은 데로 데려갈 테니까”    

 그는 케이지문을 발로 쾅 닫고 꾸물거리는 포대자루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개들은 그가 어미견을 발로 차고 쾅 하고 녹슨 케이지를 닫는데도 낑낑대거나 혀를 할짝이지도 않았다. 그저 이 순간만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부들부들 떨며 바닥을 쳐다볼 뿐이었다. 수백마리의 개가 있는데도 고요한 방. 그저 썩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방, 녹슨 철장처럼, 곳곳에 쌓인 오물산처럼 개들은 그곳에 있었다.      

이전 02화 짖지않는 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