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 아가멍멍
서울 사당동은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과 7호선 이수역이 교차하는 곳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노다지라 부르는 더블역세권 지역이다. 매년이 아니라 매달 집값이 팍팍 뛰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맞는 첫 풍경은 은을 바른 듯 번쩍번쩍 빛을 내며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건물들이었다. 몇십억은 들었을 듯한 빌딩들이 수없이 이어지는 대로, 처음 이 거리를 방문한 사람들은 위풍당당한 건물들과 함께 그 건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게 되었다. 이제 막 지하철역에서 나온 황지철도 그랬다. 심심하게 생긴 얼굴, 그가 제일 아끼는 검은색 돌체앤 가바나 점퍼도 오늘은 어쩐지 후즐근해보였다. 그는 건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애매해. 코는 괜찮은데 말이지. 짝 찢어진 자신의 눈을 바라보다보니 갑자기 두꺼운 쌍꺼풀을 가진 채사라가 생각났다.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두꺼운 쌍꺼풀에 오똑한 코, 그리고 빵빵한 가슴.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 채사라. 그녀를 만난 건 홍대 헌팅술집에서였다. 불알 친구들과 함께 간 술집에서 여자들과 합석하였고, 그 중 가장 괜찮은 여자가 채사라였다. 괜찮다로는 부족하지. 그녀는 골든벨같은 여자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그는 어떻게든 그녀라는 문제를 풀고 싶었다. 불알친구 중 키가 크고 얼굴이 반반한 모델지망생인 친구가 있어서 테이블의 여자들은 호의적이었다. 채사라도 그녀석이 술잔에 술을 채워주며 너무 아름다워서 손이 떨린다며 너스레를 떨자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내친구가 얼굴 하난 반반하지. 어느 여자나 10분 이상이면 게임 끝, 그런 녀석이지. 그러나 황지철은 자신만만했다. 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 저 괜찮으시면 2차로 자리 옮길까요? 친한 형이 압구정동에 클럽을 갖고 있는데 와서
마음껏 마시라고 해서요. ”
여자들은 눈빛을 주고 받다가 작게 끄덕였다. 일행 모두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술집을 나섰다. 황지철은 입구에서 대리기사에게 열쇠를 건넸다. 대리기사가 버튼을 누르자 짧게 경적음이 나며 주차장에서 반짝였다. BMW X5. 아무리 싸도 1억이 넘는 SUV 외제차. 그는 최사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 타시죠. 차가 넓어서 다 같이 타도 괜찮을 거에요.”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지었다. 그때가 땅파기 공사를 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기를 하는 단계였다. 채사라는 지가 이쁜 걸 아는 여자였다. 그녀와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이벤트가 끝없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 이곳 사당동에 온 거였다. 그는 휴대전화 어플을 통해 문자로 받은 그 주소로 찾아갔다. 휘황찬란한 빌딩숲을 지나니 그 빌딩들보다는 덜 높은 연식이 있는 건물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 2층에 그가 찾던 그곳이 있었다. ‘ 아가멍멍 ’
‘아가멍멍’ 그곳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게하는 곳이었다. LED로 새하얀 조명을 받는 유리케이스마다 자그마한 아기 강아지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었다. 강아지들이 있는 유리케이스 앞에는 품종, 성별, 탄생일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어떤 곳에는 메달 모양 종이가 붙어있고 ‘2017, 2018 세계 챔피언 혈통’, ‘FCI아시아 퍼시픽 독쇼 퀸 수상 자견’ 등이 인쇄되어 있었다. 황지철이 들어서자 샵매니저가 미소를 띄우며 그를 맞았다. 아가멍멍 사당점의 샵매니저인 그는 깔끔하게 생긴 30대 남성이었다.
“ 오랜만이시네요. 저희 사당점에는 처음 오시죠?”
“ 네. 잘 지내셨어요? 이번에 이전했나봐요? ”
“ 네. 분당점은 리모델링 공사가 들어가서요. 그동안 저는 사당점으로 발령받았어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우수고객님이시라 문자를 드렸는데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
“ 겸사겸사 강아지 사려고요.”
“ 아. 강아지 분양하시려 하시는군요. 종류는 봐두신 게 있나요?”
“ 아니요. 전에 해주셨던 것처럼 골라주세요. ”
“ 음. 딱인 개가 있어요. 이쪽으로 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