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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 Nov 12. 2019

짖지않는 개

6편: 인스타그램

 다음날 강아지는 약속대로 예쁜 상자에 담겨 장미꽃다발과 함께 채사라의 오피스텔에 배달되었다. 그 상자 안에는 강아지와 함께 리본이 묶인 종이가 있었는데 이 강아지는 ‘셔틀랜드 쉽독으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인정한 순수 혈통이다’라는 내용이 쓰인 증명서였다. 채사라는 강아지가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남자친구가 한두 푼도 아니고 몇백씩 하는 프리미엄 도그를 사다 바치는 것은 자신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입증하는 증거였다. 거기에 이 아장아장하고 귀여운 모습 좀 보라지. 흔히 볼 수 있는 하얗거나 누런 색이 아니라 블랙 앤 화이트로 귀티나게 잘 빠진 강아지였다. 그녀는 립스틱을 새로 칠한 후 강아지 얼굴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며 셀카를 찍었다. 셀카를 확인하니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생각보다 별로였다. 조명이 이쁜 곳을 찾아야했다. 그녀는 강아지를 한손에 안고 화장실로 갔다. 강아지는 작아서 한손에 들렸다. 버둥거리는 강아지의 배를 꽉 잡자 강아지가 놀랬는지 버둥거리는 걸 멈췄다. 화장실 조명은 주홍빛이어서 그녀의 얼굴을 몽환적으로 보이게 하였다. 채사라는 그 조명 아래에서 다시 강아지에게 뽀뽀하는 셀카를 찍었다. 강아지를 든 손을 좀 앞으로 하여 아까처럼 본인의 얼굴만 크게 만드는 실수를 이번엔 저지르지 않았다. 이제 됐다. 그녀는 찍힌 사진을 보며 기뻐했다. 다시 거실로 나와 강아지를 내려놓고 본인의 sns에 사진을 올렸다. 

‘ 오늘 남친이 준 선물. 너무 귀엽다. 틱틱대는 나에게 늘 최선을 다하는 자기. 사랑해.’

글에 눈물 흘리는 하트 이모티콘을 넣으며 마무리한 후 사진을 개재했다. 업로드 완료. 올리기가 무섭게 하트가 눌러졌다. 뿌듯했다. 친구들이 부럽다는 글을 달았고 거기에 너무 건방져보이지는 않지만 행복하다는 마음이 드러나도록 고심하며 댓글을 달았다. sns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만 할 만한 일이었다. 

 한동안 그 개는 거기에 있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접속하는 sns창에. 어떤 날은 남자친구와 함께 산책 드라이브를 간다며 외제차 핸들이 보이는 곳에 강아지가 앉아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고, 내 가방보다 작은 소중한 나의 강아지라는 내용으로 샤넬백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 강아지의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예쁘다, 부럽다며 댓글을 달고 찬사를 보냈다. 명품과 샴페인, 향수 또는 최고급 커버가 씌여진 침대 위에 강아지는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 사진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개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며 채사라네 집 개가 되는 게 소원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 개는 루이비통 개목걸이와 프라다 강아지옷을 입고 상위 1프로 개를 위한 스파샵에서 독스파를 받는 개였다. 그 개는 다이아몬트 귀걸이처럼, 지미추 하이힐처럼 그냥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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