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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n 07. 2024

낡은 아파트 “이것"을 고치고, 임차인을 찾았다(上)

임차인 구하기 #3. 무조건 이것만 고치면, 임차인은 찾아 온다 (상편)

아파트 전세를 내놨는데, 전혀 기미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금쪽같은 내 아파트(90년대 준공/제법 수리 안됨)를 전세로 내 놓은지 몇 주.

찾아 오는 손님도 없고 손님이 와도 드문드문 구경만 하고 나갔다.

”오신 김에 여기도 보세요“ 정도의 그런 매물.
같은 가격의 다른 아파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이해가 안 간다.

그렇게 고심해서 매수한 아파트인데, 왜 이렇게 시장에서는 천대를 당할까?

현 임차인 계약일 만료전에 어떻게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그 이유를 여러 부동산에도 물어 보고, 유명 온라인 카페에도 문의를 달아 보니

돌아온 대답은 결국 한결 같았다.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두가지였다.

1. 보증금을 더 낮추시거나.

2. 돈을 들여서 크게 수리를 하거나.

그리고 안보이게 가위를 하나 펼쳐 두라는 고수의 조언(민간요법이라나)


보증금은 한 차례 낮췄기에 더 낮출 수 없다. 요즘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 4년을 해당 금액으로 가져가야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나중에 물건을 팔아야하는 순간이 오면 다음 매수자에게도 큰 갭이 부담이 되니까.


결론. '비용'을 들여, 내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재 임차인이 있는 상황에서는 수리가 불가 하다고 판단, 눈물을 머금고 현재 살고 계시던 임차인 분을

 내보내 드린 후 수리를 하는 판단을 내렸다. (판단을 내렸다기보단 정말 전세가 안나가서 방법도 없었다!)


임차인분의 보증금 반환을 위해 추가 대출을 하고,

심지어 내가 사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빼서 더 보증금이 저렴한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기 이르렀다.

이때 난 어릴때 아빠 회사 전출로 인한 시기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살게 되었다.

그와중에 천만 다행으로,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는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조건이 많았던 곳이라,
딱 두 집이 보러와서는 바로 계약이 성사됐다.


까마득하다. 원하는 것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럴수록, 좌절하기보다 가능성을 보자. '지금 해봐야' 나중에 쉽다. 하나 하나가 내 부동산 인생에 보탬이 되리라.


임차인 분이 이사를 나가는 날 보증금을 드리고 빈 집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내 아파트의 민낯을 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제대로 느껴지는, 가구와 각종  소품들 뒤에 감춰져 있던 그런 모습들을.


아이들의 성장하는 키의 기록 등 덕지덕지 생활이 뭍어있는 벽지

누렇게 때가 잔뜩 껴서 상아색인지 흰색인지 원래 색을 유추할 수 없는 싱크대 장

이렇게 흐린 전등 아래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오래된 전등

벽과 바닥 타일에 중간 중간 크랙이 가있고, 요즘 보기 힘든 일체형으로 연결된 낡은 화장실

비가 오면 왠지 비가 셀 것만 같은 오래된 알루미늄 샷시

결로까진 아니지만 베란다에 핀 곰팡이. 덕지 덕지 떨어진 페인트칠.


아, 이래서 사람들이 제 값을 받으려면 수리를 하라고 했구나.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들어와 살기 때문에 보증금을 깎는구나.


현실을 보고 이런 생각에 자연스레 미치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우울함과 부담감이 가득하던 마음이, 어느새 뜨거운 열정과 희망으로 변했다.


생각보다 쉽네.
눈에 보이는 이것들만 고치면 금방 아닌가?


그때부터 나는 집 고치기로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수리에 착수했다.

늘 그래왔지만, 오늘 나눌 이야기는 전적으로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오래되고 낡은 두개의 아파트를 두번 수리 했고, 이를 통해 바로 전세 계약을 맞춘 경험이 있다.

재미있게도 두 번의 공사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반가운 얘기 하나는, 둘 다 고치자마자 바로 임창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낡은 아파트, 더이상 낮출 보증금도 없고 찾아오는 예비 임차인도 없다면 잘 따라와 보시라.


임차인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살 아파트를 수리할 경우,
어디까지 고쳐야 할지 애매할땐 아래 이전 에피소드를 참고


https://brunch.co.kr/@alexkidd/117


상가와 관광지는 빈티지할 수록 멋이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내가 사는 집'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겉은 낡아도 속은 멀끔한, 살고 싶은 집으로 내 아파트를 고치자.

그럼 바로 "수리 전 고민해야 할 사항",

그리고 각 "수리 공종(항목)별"로 이야기를 해보자.


0. 결정 사항 : 턴키 or 분할 발주

현장을 둘러본 뒤, 가장 먼저 할 결정은 아래 두 가지 선택이다.

하나의 업체에 모든 공사를 맡길 것이냐(Turn-Key)

각 연결되는 공정별로 별도 업체를 컨택할것이냐

제발 현장을 내 눈으로 분석하고 공부하기 전에 업체를 부르지 말자.
내가 원하는 방향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바라는 사람을 부르면 어쩌나?

내가 추천하기로는, '예산'을 감안하면 당연히 후자다.

어차피 아파트 공사의 경우 대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분리 발주'를 준다.

A/S의 문제도 있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각 공종별로 보내줄 돈과 수수료를 감안하면, 내릴 수 있는 정답은 굉장히 심플하다.

다만, '내가 들어가 살 집'이 될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공종별 '수리'가 아니라 '디자인'이 들어가는 부분이니까.
우리는 임대를 줄 아파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하자.


공종별로 후술하겠지만 각 수리 항목별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수리를 하면 필수적으로 타일이 들어간다. 그러면 타일 공사를 추가할 수 있는 공종을 찾아보는 것이다. 통상 타일은 앞/뒷 베란다, 신발장 바닥, 그리고 부엌 벽 타일 정도가 포함될 것이다.

이 경우, 타일을 묶어서 타일 시공업체에 발주를 내고, 또 타일 공사와 연결된 싱크대 상하부장/신발장 등을 묶어서 발주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즉,  우리는 '공정별로' 효율적인 예산과 전문가, 일정을 만드는 "내 집 수리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야한다.


'마음대로 수리해주세요'하고 고고하게 와인 한 잔 마시고 나면, 눈송이 같이 불어있는 견적과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생수 마시면서 부지런히 현장 뛰자!


1. 화장실

집을 보러가면 현관문을 열고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거실'이고,

가장 먼저 찾아 보게 되는 부분이 바로 '화장실'이다. 두번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은.


내가 처음으로 수리를 해야했던 아파트는, 요즘 분들은 모르실 수 있는데 아주 예전에 유행했던 UBR(Unit BathRoom) 화장실을 가지고 있었다.(굉장히 심각한 상황) 필자가 어렸을 때 종종 볼 수 있던 아파트 화장실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욕조-세면대-변기-거울-장' 등 화장실 내부의 모든 것이 하나의 유닛으로 붙어있는 구조물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절대 안 짓는 화장실 구조.


쉽게 말해서 이런 화장실을 가지고 있으면, 왠만큼 보증금을 싸게 해 주지 않는 이상 절대 임차인을 찾을 수 없다. 지금 당장 임차 계약에 성공해도, 다음 번 임차인을 구할 때 또 한번의 어려움이 오는 것이 바로 이 화장실이기 때문에, 무조건 고치기로 마음 먹었다. UBR 화장실의 경우, 이 유닛 자체를 전부 분해 제거 하고 그 뒤 빈 공간에 방수 처리, 타일, 세면대, 샤워부스, 변기 등 모든 장비를 다시 세팅 해야된다.


타일은 절대 덧방을 하면 안되고, 뜯어서 방수처리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워낙 낡아서, 누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참에 화장실은 물을  쓰니 방수부터 다시 잡자.)


화장실만 제대로 수리가 되어도 확실히 내 집을 대하는 눈이 달라진다!

두번째 수리했던 아파트는 다행히 전 주인분께서 수리를 해두셔서, 변기만 조금 수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화장실은 첫째도 둘째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중요하게 보는 첫인상이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더라고 낡아보이는 요소를 제거하자. 최소한 거울장, 세면대, 샤워부스라도 새  것으로!


2. 부엌

그 다음으로는 부엌을 보게 된다.

부엌의 경우, 싱크대 볼은 제작되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지만, 상부장과 하부장은 맞춤으로 제작하게 된다.

여기서 마감을 하이그로시로 할지, 시트지 마감으로 할지, 필름으로  할지 결정하게 되고,

내부를 MDF로 할지 PB로 하는지 정도의 결정을 하게 된다. (디자인은 그 다음이다.)


일반적으로는 하이그로시 마감에 MDF 정도를  하면 충분하다.

견적을 요청할 때는, 아파트 인근에 있는 업체 2곳 정도(부동산 통해 소개 받아도 무관),

그리고 별도로 숨고 같은 플랫폼을 통해(또는 인터넷 서칭) 알아보자.


다같은 아파트라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벽체나 구조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측과 견적은 필수다.

실측과 견적 시 반드시 '재품 스펙'은 동일하게 맞춰야 비교가 가능하고, 만약 상/하부장 사이에 타일 시공을 할 예정이라면, 사이즈를 반드시 받아서 타일이 들어갈 공간 사이즈도 꼭 타일 시공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부엌은 심플하다. 상하부장 잘 짜고(너무 안비싸고 유행 안타게), 싱크볼과 수전을 새 것으로 갈아주기.

만약 상하부장이 깨끗하고, 싱크볼도 새것이라면 간단하게 '하부장 상판'만 시트지 등으로 작업해주자.

아무래도 실제 사용하면서 '기름 떼' 등이 뭍을 수 있기 때문에, 시트지 작업만 해도 새것처럼 보인다.


부엌에서 기타 확인할 만한 점은, 아래와 같다.

부엌 상하부장 사이 타일 시공 필요 여부

가스렌지 혹은 쿡탑 설치 여부

후드 기능 점검 및 교체 여부

부엌 내에 위치한 창문의 샷시 교체 여부

부엌 바닥(장판 또는 마루)의 수선 필요 여부

전등 위치(전기선), 냉장고 장 별도 설치 여부, 식기세척기 공간 별도 부여 여부 등


뿌연 창문을 새것으로 달면, 그제사 파아란 하늘 빛을 제대로 보게 된다. 우리는 이정도까지만 고치면 되는 것이다. 고쳤다고 생색낼 것도 없이, 그저 '내 자산의 가치'를 위해서.


3. 샷시

여기까지 잘 고치고 따라오셨다면,  이제 현실적인 끝판왕을 맞이할 때다.

이 부분을 공부(또는 여러분이 어디선가 들으셨다면)하고 나면,

우리는 이제 아파트를 보러 갈 때마다 '이 공사가 되어있는지' 매번 보게 될 것이다.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거실 베란다'를 정면으로 보자.

'하얀색' 프레임이 있다면 샷시 공사를 완료한 집이고,

'회색 알루미늄' 프레임이 있다면 샷시 공사를 하지 않은 집이다.


90년대에 지은 아파트는 흔히들 기억하겠지만 '알루미늄' 샷시를 설치했다.

알루미늄이라는 재료와 거기에 부착된 유리도 요즘 샷시와는 스펙이 많이 다르다.

유리 두께도 다르고, 요즘 좋은 유리는 겨울에는 열을 흡수, 여름에는 열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샷시 자체의 단열 효과에 시너지를 내주는 굉장한 아이템이다.


오래된 샷시의 문제점은, 우선 미관상 좋지 않고 기능적인 문제가 많다.

오래 됐기에 잘 열고 닫히지 않고, 심지어 방충망도 너무 낡아서 쓸모가 없다.

더군다나 설치 당시로부터 최소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을 정통으로 맞는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냉방비와 난방비가 이중으로 발생하게 된다.

더군다나 설치한 지 오래되다보니 풍화에 의한 크랙이 콘크리트에 발생해서, 최악의 경우 비가 새기도 하고, 아랫집에 비가 새지 않더라도 우리 집 베란다 아래로 물이 고여 동굴에 종유석 생기듯이 새하얀 자국이 타일을 뚫고 올라오기도 한다.


과장하자면, '샷시'만 고쳐도 아파트의 가치가 달라진다.
샷시만 새 것이라도 다른 불편은 잠재워질 수 있을만큼.


샷시는 KCC, LG, 한화 등 대기업군부터 중견기업까지 브랜드가 다양하다.

브랜드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사실상 중요한건 '시공업체'의 선택이다.


시공업체를 먼저 2~3개 컨택하자. 샷시 브랜드에 따라 기본 예산이 달라지고,

실제로 자재 브랜드보다는 시공업체의 시공 역량과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상, 샷시는 첫째도 둘째도 방수다.

정작 여러분이 잘 챙겨야하는 부분은 단열이 아닌 '누수'라는 것을 명심하자.

시공 경험이 적지 않은 업체를 컨택하고,

시공하는 날 꼭 방문해서 외벽의 크랙 작업도 부탁 드리고,

샷시 주변의 타일 시공이 들어간다면 해당 타일에 방수 처리도 두번 확인하자.


공사를 진행하기 전후로 꼭 관리사무소 측에 요청 드려서 크랙을 확인 하자.
외벽에서부터 발생되는 누수를 점검하고, 다음 번 외벽 공사(페인트, 크랙 등) 시
꼭 우리 아파트의 크랙 보수도 들어갈 수 있도록(임차인분께 부탁하긴 힘들다)
케이블카나 대관람차를 탔는데 비가 새고 창문이 흔들린다면 얼마나 불안한가? 꼼꼼한 실리콘(경우에 따라 타일) 시공이 필수요소다. 세월의 균열을 마지막으로 잡아주자.


명심하자. 모든 걸 고치자는게 아니다.

그저 '내가 들어와 살기에 필수요소'가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오늘 얘기한 3번 사항 까지는 필수 사항이나 '어느 정도의 스펙'을 잡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오히려 이 부분은, 시공 업체 분들께서 더 잘아시니 편하게 묻는 것도 방법이다.

(중개인 분들도 '이정도까지만 하면 좋다'고 조언해주시니, 많이 묻고 잘 추리자.)


낡은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고, 임차인분들을 모시기 위한 중대 보수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처음엔 나도 너무 괴롭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두 번의 아파트 수리 케이스를 통해서 경험도 쌓이고, 오히려 욕심도 많이 나게 되었다.


우리가 맞이하는 지금의 경험이, 나의 자산 가치에 대한 업그레이드와

내 자산을 지키는 주인 의식의 발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아마 지금의 당신의 고민은 미래를 위한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나머지 공사 요소들(6가지 내외)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전 05화 언젠가는 헤어질 아파트, 어디까지 고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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