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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May 23. 2024

언젠가는 헤어질 아파트, 어디까지 고쳐야할까?

임차인 구하기 #2. 금쪽같은 내 아파트지만 ‘여기까지만’ 손보자

언젠간 이 아파트와 헤어져야 한다

아파트 매수 관련해서 이전 매거진에서부터 쭉 강조했던 이야기.

(어찌보면 당연한데, 지금 집을 구하는 분들은 굉장히 처음부터 김빠지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 매수를 경험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식과 달리 누군가 받아가야하고(증여든 매도든!), 받아감에 있어 제 값을(증여의 경우, 받았을 때 뭐라도 보탬이 될만해야) 받는 물건이어야 한다는 핵심 조건이 있다.


더 가깝게는 내가 살던 잠시 사정이 있어 임차를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어떤 면에서든 우리는, 잠시라도 이 집과 헤어져야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만나자마자 이별”을 고민하자는 입장인 나도,

아파트를 매수한 상황에서 내 집을 마음껏 신나게 고치고 싶은 마음을 너무나 공감한다.


나도 하고 싶지만 못해봤으니까, 그 마음을 안다.

나도 내가 매수한 집에 내가 들어가 원하는 만큼 꾸미고 싶었으니까.

원하는 가구와 소품들을 세팅해서 매일 매일 내가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가족과 여유를 즐기는 일,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넓은 거실에는 분위기 있는 테이블과 러그를 두어 매일 자기 전에 아이들과 책을 읽고,

투박한 주방도 긴 아일랜드 식탁을 둘 수 있게 예쁘게 고쳐서, 손님들을 매주말마다 초대하여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대접하고!(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셰프 느낌나게테이블을 마주보며 바로 요리를 해서 꺼내 주는 즐거움도 맛 보고 싶고)

높은 층에 위치해서 햇빛이 잘 드는 내 집에 통유리 샷시로 수리해서,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화창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옛날 아파트의 베란다를 허물고 거실을 확장하여, 아이들과 아내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미는


그런 나만의 공간을 구성하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른들이 밖에서 먹으면 돈아깝다고 하는 이유는 내 집만큼 애착이 가고 내 정체성이 담긴 공간이 없기 때문임을 이제는 잘 안다


나는 신혼을 전세로 시작했고 아이를 낳기 전에 옮긴 두 번째 집도 역시 전세집이다.

최소한의 가구나 소품이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두고 싶었지만,

임차인이라는 이름은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지 모른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가구나 원하는 세팅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사하면 망가지고,
새로 이사할 집의 구조가 달라지면
지금 꾸려놓은 가구와 소품은 안 어울리니까


그렇게 전셋집을 두곳을 다니며, 7~8년 정도를 살다 보니

요즘은 “전셋집이라도 사는 동안 좀 더 예쁘게 꾸몄으면 즐거웠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짐짓 든다.


임차인 구하기 두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아파트 수리 이야기다.


아파트 수리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내 아파트에 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눈에 띄게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니까.


집안 수리가 잘 되어 있으면(컨디션이 좋으면) 내가 살 때 뿐 아니라 임대를 할 때도 가장 먼저 나갈 수 있는 최우선 조건이고, 언젠가 집을 매도 할 때 확실히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혹시 지금 집을 매수하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되었다면, 그리고 그 집이 구축이라면? 축하한다. 당신은 최적의 기회를 얻었다.


우리 나라 아파트 거래 시장의 큰 특징이 무엇인지 아는가?


집이 비어있는 틈이 없다.

즉, 집을 수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

아파트를 매수하는 순간엔 임차인이 있거나 남이 들어가살고 있다. 순순히 1 ~ 2주의 소음과 불편을 감내해줄 사람이 어디있을까

보증금, 잔금 등 목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입주와 퇴거가 동시에 이뤄진다. 용감하게 “몇 억”의 보증금을 내 돈으로 주고 집을 비워두고 수리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내가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보증금과 잔금을 다 정리한다고 해도 그 많은 짐을 어딘가 2주 이상 보관하고, 숙소를 구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 집이 비어 있다면 수리를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구축 아파트를 충분히 고칠 여유가 있다면 아파트는 일단 고치고보자. 어디까지 고칠까만 고민하면 된다. 당장 임차인 구하기가 시급해도, 더 가치를 높여야한다.


매도를 할 때와 임대를 줄 때의 수리 범위는 확실히 다르다.

이번 화에선 매도를 위한 수리의 범위를 정하고,
다음 화에선 당장 그리고 앞으러 임대가 꾸준히
잘 나가기 위한 수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수리는 추천 하지만 수선은 만류하고싶다


한번 생각해보자. 내 아파트를 내 마음대로 원하는만큼 고쳤다.

주방 구조가 마음에 안들어서 비싼 돈을 들여 새로운 구조로 변경했다.

역시 비싼 돈을 들여 마룻바닥을 교체하고 거기에 단단히 새로운 구조물들을 설치했다.


그리고 나중에 동일 평수 매물보다 고가로 집을 내놓으니, 이상하게 가격이 높다며 보러오는 사람마다 족족 매수 의사를 거둔다. 믿을 수 없다. 그 돈을 들였는데? 그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를 썼는데?

십분 양보해서 남들만큼 가격을 낮췄더니, 오히려 이번엔 부동산을 통해서 문의가 온다. 가격을 낮춰주면 살 의향이 있다고!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아파트를 보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사는 최대가 베란다 확장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대세는 거실-베란다 확장이기 때문에 특히 층과 향이 좋아 볕이 잘 드는 집이라면 추천 한다.
사실 방수가 문제인 것이지, 베란다 확장 공사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누수 방지를 위한 꼼꼼한 시공이 필수다.
밖에서 새는 물을 막기 위해 '샷시'가 새것으로 같이 붙어야 하고,
혹시나 모를 우수관을 통한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자.
확장 공사 끝났는데 위 사례로 누수가 발생하면 다 뜯어서 방수처리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 이상의 '구조'가 바뀌는 정도의 공사를 하게 되면, 원상복구 비용도 고려하자.

결국 고스란히 나의 희망 매도 가격에 복구 비용이 반영되어 원하는 가격보다

최소 천만 원이상의  할인을 해줘야 매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하지 않은가? 내 돈을 들여 집을 고쳤는데
오히려 그만큼 돈을 더 깎아줘야하다니

나에게 이쁘다고 남에게도 이쁠 수 없다.

벽지, 조명, 베란다 페인트 컬러는 바꾸면 그만이지만,

원상복구에 공사가 필요한(벽, 기둥, 마룻바닥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수선은 안 하는 것을 권 한다.


우리의 경험을 잘 기억해 보자

집을 사러 다닐 때 아파트 현관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엇을 보는가?

(이 부분은 다음 편인 '임대줄 집 공사'에서 그대로 설명할 예정이다. 꼼꼼히.)

해당 아파트의 층과 향은 좋은지

몰딩이나 타일 컬러는 너무 옛날 것은 아닌지(전설의 체리몰딩 같은!)

화장실은 UBR(9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유닛형' 모델)인지

베란다 확장 여부와 보일러 컨디션, 중앙/개별 난방 여부

중문이 있는지 없는지(있어도 너무 오래되서 낡진 않았는지)

조명이나 수전, 싱크대 상태는 괜찮은지?

앞뒷베란다 결로는 없는지. 페인트 칠은 벗겨지지 않았는지?


솔직히, 이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

쉽게 말해서, 뭐하러 내 돈주고 구조까지 바꾸냐는 말이다.

남들이 보고 싶고 원하는 집은 '똑같은' 구조의 집이다.

그 '똑같은', '순정품'의 집을 가지고 어떻게 인테리어를 꾸미는지 정도로 고친다는 말이다.


본인의 아이덴티티 나 취향을 드러내는데 수선과 수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남들도 존중해주기는 어렵다는 거다.

우리는 유명 건축가가 만든 예술적인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정해진, 기대되는 틀 안에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 정체성이 보이는' 정도만 고치고 살면 충분하다


필자가 매수를 위해 한창 집을 보던 시기, 한 단지 내에서 15개 정도의 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중에도 특히 기억에 남는 집은 정말 컨디션이 좋은 집과 주인의 취향을 가득 담아 수선을 한 집이었다. 당연히 후자가 15개의 매물 중에서 가장 후순위였다. 그 이유는,

일단 주인의 취향이 나와 달랐다.(놀랍게도 아내와도,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과도)

굳이 공사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했다는 '튀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매수자가 이집을 사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취향 답다. 정말 예뻐"라는 말은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똑같은 구조인데 이렇게 꾸밀수 있구나, 이렇게 잘 관리됐구나 라는 정도의

인상만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고치고 싶은 집, 마음대로 고치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중에 제 값을 받고 팔고 싶으면 콘크리트와 목재는 순정품 그대로 놔두라는 점,

지금 당신이 돈을 들이는 부분이 '다음 사람이 고치고 싶을 때 비용이 적어야'한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이런 '수선'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거쳐가는 집이니, 이런 취향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주어진 구조 조건'에서 아파트 내부를 잘 꾸미는 것으로 정리하자.

뭔가 부쉬고 고치는 것은 '샷시', '화장실', '주방 상하부장' 및 '베란다 확장'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제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스펙'으로 고쳐야하는지

다음 화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실제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연식이 비슷한 두개의 아파트가 임대 종료로 공실이 났다.

즉, 누군가 들어오고 싶지 않은 상태의 집이라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전 편에 이야기했듯이 '가격을 낮추거나',

'필요한만큼 수리'를 해서 가치를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올려주는 것 두가지다.


두 채의 아파트는, 이런 상태였다.

한 채는 전혀 수리가 안된 준공 당시의 상태

다른 한 채는 화장실 공사와 내부 샷시, 개별 난방 정도의 일부 공사가 된 수준


어떤 공사를 했길래 공실이 났던 아파트의 임차인을 구할 수 있었을까?

공사를 진행하며 만난 부동산 중개인, 예비 임차인, 인테리어 시공사 담당자 등과

나눈 의견들, 임차인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리, 해야할 공사의 범위 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집은 '콘크리트'를 건드리지 않는 선까지만 고쳐서 살도록하자
내 보금자리의 진정한 현재 가치를 아는 방법,
바로 전세시장에성 반응이다. 적정 시장가.
이것을 알아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https://brunch.co.kr/@alexkidd/115


이전 04화 전세가는 내 아파트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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