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렉스키드 May 16. 2024

전세가는 내 아파트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다

임차인 구하기 #1. 적정 시장가를 파악하자

선생님, 생각보다 전세집을
보러 안오시는데 어떻게 하죠?


아파트를 전세로 내 놓은지 몇 주 째,

도무지 공인중개사로부터 연락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면(전화를 거는 용기도 대단하다고 칭찬함), 공인중개사분이 힘겹게 입을 떼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요즘은 아래의 경우로 파생되는 전세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부동산 급등기(최근 7~8년), 갭투자로 산 아파트의 전세 매물 만기가 도래

몇 년 간 이어졌던 대단지들의 입주 물량 전세가 한 두 바퀴 도는 시점(전세 2년, 계약갱신 포함 4년)다시 전세 매물(공급)이 시장에 조금씩 쏟아지는 시기.


이런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전세가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역대급 고금리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데,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에 준하는 가격인데 누가 큰 부담을 지려고 하겠는가?


공급과 고금리를 이길 수 있는 물건은 없다.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건 오직 본인의 기대 보증금을 낮추거나, 아니면 같은 단지 내 경쟁 매물 및 ‘기대 보증금’이 겹치는 서울시 모든 아파트들을 이겨내는 ‘내 물건의 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뿐이다


집을 살 때와 전세를 줄 때, 그리고 전세 만기가 올 때와 내 집을 팔때.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흐름을 감당해내야 한다. 버티자!
이럴수가 있나?
내가 그렇게 어렵게 매수한 소중한 집인데,
좋은 집을 이 가격에 내어놓았는데 아무도?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내 집의 가장 현실적인, 현재 시점의 가치를 잘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전세가격이라고.


매가는 아파트의 미래가치를 함께 반영한 것이지만, 교통, 직주근접, 학군, 아파트 컨디션, 주변 인프라 등 “내 집에 지금 바로 들어가 살기에 어떤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바로 지금 내 집에 들어오고자하는 임차인의 지불 상한선(전세 보증금)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귀한 집이 남에게도 귀하리라는
생각만큼 큰 오산은 없다.


내 집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는 법?

생각보다 쉽다. 허무하리만큼.

N부동산 서비스에 접속해서, 올라온 내 아파트 단지 내 동일한 평수의 희망 전세가격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 집을 이 가격에 전세주고 싶다고 부동산에 전화하자.(왠만하면 해당 매물을 직접 중개하는 부동산에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유는 후술.)


1차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이 조언을 줄 것이다.

“그집은 선생님 댁보다 층도 좋고, 올수리예요. 혹시 수리를 조금 하시거나,
아니시면 가격을 조정하시면 어때요?”
경험 상,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시는 공인중개사분이 일을 제법 잘하는 분들이셨다. 적극적이고, 내게 맡겨진 매물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 하시려는 그런 분. 심지어 가격을 조정하면 중개수수료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가는데, 그럼에도 가격을 낮추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지 않나? 중개사를 잘 찾아간 것이라고 봐도 좋다!


공인중개사분의 대답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층은 이해하겠는데 올수리라는건 무슨 뜻이지?
어차피 같은 단지인데 얼마나 차이를 내야하지?
왜 내 집을 저 집보다 무시하는 말을 하는거지?
에이 됐어. 다른 부동산에 내놔야겠다.

공인중개사가 조언해준대로 가격조정을 하거나 수리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그들의 조언에 마음이 상하시는 분은, 당분간은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신뢰감있는 공인중개사를 만나면, 그만큼 내 물건의 시장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그만한 나의 결의도 중요하다. 냉정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내 집이 임대를 맞출 수 없다는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를 끼고 산 집이면, 현재의 임차인을 보내드릴때 만기전까지 내어드릴 보증금을 구해야할텐데, 전세퇴거자금대출 조건을 맞출 수 있다면 조금 다행이나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제법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다.


퇴거자금대출이 다행히 승인이 나더라도,

왠만한 보증금을 감당하는 예산이다보니 다음 임차인을 구할때까지 매달 대출이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임차인을 구해도 대부분의 대출이 그렇듯, 만기 전 상환금을 내야하는데 그것 또한 만만치않다. 게다가 가만히 있어도 매달 관리비를 비롯한 비용이 나간다. 당신이 제때 임대를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유로.


충분히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돈을 은행에 가져다주는가? 나라면 그 돈으로 다른 선택을 하겠다.


다른 선택은 상술했듯 딱 두가지다(워낙 중요하니 두번 강조한다).

하나. 보증금을 낮춰서 금액적인 메리트가 있는 물건으로 만들자.

둘. 최소한 남들정도는 되는, 기왕이면 남들보다 나을수 있을만큼 집을 수리하자.

위 두가지 선택은 결코 따로 노는 옵션은 아니다.

첫번째 조건만 수행하려면 보증금을 많이 낮추거나

두번째 조건만 수행하려면 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집을 고쳐야 한다

언젠거 들어가 살수도 있는 집이니, 이왕이면 왠만한 수리는 이 참에 해두는 것이 좋다. 다음 임대를 맞추기위해서든 팔기 위해서든 더 나은 조건이 되는거니까.


아직은 안갯속, 비오는 창틀 너머로 막연히 세상을 보는 기분이라고? 괜찮다. 내가 전셋집을 보러갈때의 관점을 투영해서 하나둘 해결해보자. 우리는 어른 아닌가.

개인적인 경험으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들은 당연히 있었고, 회의감마저 들었다.


왜 이런 것들이 집 살 땐 안보였을까하는.

그러나 현실(내 집의 시장 판단 전세가)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통해 결국 임대 계약에 성공하는 짜릿함을 얻을 수 있었다.


공부를 통한 성취와는 다른 삶의 성취. 이런건 꼭 느껴보시기 바란다. 가급적 조금이라도 젊을 때에.

특히 구축 아파트의 경우는 ‘내가 손을 대는 만큼’ 시장의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기에, 더 나이들기전에 조금 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기회가 되어주었다.


이렇게 “내 물건의 시장에서의 가치”를 알게 되고,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임대인의 첫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떤 근거로 보증금을 낮출지, 어디까지 집을 수리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실거주가 아닌 임대인이 된 이유, 아래의 글에

https://brunch.co.kr/@alexkidd/1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