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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May 02. 2024

아이가 초교 입학전까진 회사와 가까운 아파트를 사자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 매수 첫번째 조건, 맞벌이와 육아의 현실

나는 가족이 들어가 살 서울 아파트를 샀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함께 추억을 쌓고,

마주 누워 잠에 들 수 있는 "사는 집"을.


처음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지 3년만에,

짧지 않은 세월의 도전과 고민을 거듭하여서 마침내.


내 집을 살 수 있었고,
그 과정의 모든 순간은 추억이 되었다.

복수의 동네 아파트 매물이 모두 정리되어 낙동강 오리알이 될뻔 한 그 날 오전의 일

그 날 내가 방문한 아파트에 몰렸던 경쟁자들의 이야기를 소장님께 들은 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전쟁같은 하루(그리고 3년)를 보낸 뒤 개선장군처럼 석양을 등지고 걸은 일

엄마와 장모님, 친한 친구(당연히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받던 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끌어안고 행복한 단꿈을 꾸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까지-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 마주본 서로의 행복한 표정은  오늘날까지 우리 부부의 단단한 연대와 언제든 일어설 힘을 주는 근원이 되고 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만드는 큰 가치를 얻었다.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라는 신뢰의 메시지.


"저 많은 아파트 중에 왜 내 집이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그날의 내 기쁨을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아파트를 산 뒤에 펼쳐진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아파트를 매수하는 당일날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뿐이었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한번이라도 부동산을 방문해보고,

자금 계획을 세워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이 하나 있다.


내가 살기 위한 아파트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든 조건들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에 몇 번이나 아파트를 매수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 더군다나 나는 겨우 서른다섯살이었다

아무리 책이나 동영상, 인터넷 후기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들,

막상 현실의 손품 발품을 팔아 찾아낸 귀한 매물의 조건이 내가 바라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 조건 또한 저마다의 차이가 발생하나,

대부분 크게 아래의 두가지 구분으로 수렴된다.


하나. 아파트 인프라

아파트 단지의 규모(500세대 이상 추천)

단지의 지형(90년대까진 언덕에 지으면 지형을 살렸고, 2000년대 이후론 부지 평탄화가 된 편)

전철역 인접 정도(경기권이면 서울로 출퇴근 통학 가능한 버스 정류장도 “약간” 영향있음)

초등학교와의 거리 및 배정

인근에 위치한 대기업 등 일자리 클러스터

인근 상권(유해 여부를 판단)

요즘 대세인 공원, 한강, 천 등 자연 휴게공간


둘. 해당 매물 컨디션

수선이 필요한 중대하자 점검

오래된 연식일 경우, 샷시가 되어있는지

복도식/계단식 구조의 차이

층과 향(고층에 정남향이 최고지만, 일조량에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고층보다 나은 중층도 있다)

단지 내 주차 가능대수 및 기타 커뮤니티 시설 등


굉장히 간단히 생각만해도 이정도 조건이고,

막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집의 느낌, 매도자와 중개인의 관계(은근히 비중이 큼), 임차인이 있다면 그들의 계약 연장 여부 등 고민해야할 요소가 많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현실이다. 실전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 현실의 서막.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많은 것들.


시간이 지나고, 아파트 매수와 임차를 준 경험을 통해

피부에 깊이 새기게 된 누군가의 명언이 있다

아파트 투자와 실거주는 함께 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 부부가 우리 집에 들어갈 수

없던 첫번째 이유는, 아이였다.


우선, '우리집'은 직주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직주 접근이 좋다는 말은 '부부 구성원 중 한명'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이 총 30분이 걸리지 않는 정도의 거리라고 말하고 싶다.


아내의 경우 아파트에서부터 1시간 30분이(지하철 1회 환승 + 버스 1회 탑승)

나의 경우 아파트에서부터 1시간이 소요가 됐다.(지하철 2회 환승 + 도보 10분)

게다가 우리 부부는 모두 '전국' 또는 '서울의 왠만한 자치구'에 거점을 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멀어지면 멀어졌지" 가까워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을 사고 곧, 우리는 소중한 첫째 딸을 갖게 되었다.

소중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우리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 우리 부부의 회사는 어린이집이 없다.

둘. 우리 아파트에도 어린이집이 없다.

셋. 아파트 세대 당 주차대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위 두가지와 세번째는 별건 아니냐고?

전혀. 완전히 동일한 맥락에 있다.


역세권 그 자체인 아파트를 샀다고 기뻐했는데, 갓난 아기를 끌어안고 전철을 탈 수 있을까? 승용차를 타면 출근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으로 늘고- 어린이집도 근처에 없다!

아파트와 회사에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없을 때보다 출근을 최소 1시간은 더 일찍 준비해야한다.

단지내에 어린이집이 있지 않은 이상, 출근길에 아이를 차에 태워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구축 아파트인 우리 아파트에선 주차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등원 준비를 다 해두고 아이를 안고 차까지 뛰어내려가야하고, 차에 아이를 태운 뒤에도 이중주차를 뚫고 전화하고 밀고 나가야한다.


설상가상으로 비나 눈이라도 오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차를 가지고 바로 회사로 갈지, 아니면 차를 다시 집에 두고 전철을 탈지는 안봐도 비디오 아닌가.

회사 근처의 어린이집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매일 40분 이상 차를 타고 가는건 현실적으로 너무나 힘들다. 갑자기 야근이라도 터지는 날은 또 어쩌나.


이런 현실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정말이다. 익히 보고 들어왔던 “역세권"의 위대함과 "주변 상권"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파트는 이 조건들에 너무나 최적이었단 말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시장, 아파트 단지와 전철역이 일분 거리, 집 앞에서 버스타고 두 정거장이면 서울에서 손에 꼽히는 번화가가 나오고, 서울의 중심부에 있어 어디로가도 출근이 용이하다고 생각되는 곳이었다.


유명한 저자의 책이나 강사의 강의엔 나오지 않는 내용, 그러나 엄연히 현실이다. 그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당연하다고 본다. 그것까지 감안하면 집을 못산다!!


명강사분들의 강의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의 블로그나 책에서도, 먼저 집을 산 선배들에게서도 절대로 찾을 수 없던 현실이다.


이해한다. 이런것까지 모두 감안하면 절대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없으니까!

있긴할거다. 굉장히 비싸서 그렇지.


하지만 알면 여길 안 샀을까?

같은 자치구 내, 버스 몇 정거장을 더 가면 여기보다 시세가 1억이 저렴하던 매물이 있었다. 세대수가 조금 더 적긴하지만, 거긴 주차대수와 단지 경사도 등이 조금 더 양호한 편이었다.


글쎄. 예산적 여유나 실생활 편의를 고려해도-

그럼에도 난 결정을 번복하진 않았으리라.  


왜냐면 이 아파트가 인접한 전철이 “*호선”이었기 때문이다. 상술한 시세 비교 대상의 매물이 인접한 지하철은 다른 호선이었다. 서울에서 20년을 넘게 산 내 입장에서는, 이 노선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는 굳은 결심을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육아의 현실이라는 첫번째 이유로,

나는 우리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우리 부부 중 한 명의 회사와 아주 가까운 신도시 아파트 전세를 찾을 수 있었고, 당시 두개 이상의 단지가 입주장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가격에 새 아파트 인프라를 누릴 수 있었다. 당연히 단지내 어린이집을 보유한 곳으로 찾아, 아이를 단지 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집에 들어갈 수 없던 두 번째 이유는,

예상보다 더, 난이도가 높았던 대출이였다.


아파트를 사고 비로소 알게된 차가운 어른들의 현실.
실거주가 아닌 임대인으로서의 길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는 아래에

https://brunch.co.kr/@alexkidd/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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