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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16. 2021

미얀마에서의 추억(1)

양곤_호스텔 직원들의 밝은 에너지가 생각이 나는 곳

미얀마는 정말 생소한 나라였다. 미얀마에 가는 목적은 바간의 사원들을 보고 싶어서였다. 숲 속에 수많은 사원들이 있는 사진을 보고 그 경관이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감탄을 했고 직접 가보고 싶었다. 그 외에는 미얀마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별로 관심도 없었고 좀 위험한 나라는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미얀마에서의 약 4주 동안 양곤, 바간, 만달레이, 인레를 여행했고 바간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도 인상이 깊었고 친절했던 미얀마 사람들, 그리고 여행하면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이었다. 태국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지만 사람들의 생김새도 좀 더 인도 사람 같아 보였고 그들의 전통 의상인 론지나 나무를 갈아서 만드는 천연 선크림인 다나카를 얼굴에 바르고 다니는 등 그들의 고유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미얀마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여행지 같았는데 서양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런지 규모가 큰 호스텔도 있고 거기서 여행자들의 만남의 공간이 생겨나고 있었다. 미얀마를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미소가 아름다운 따뜻한 나라였다.


태국에서 미얀마의 국경은 위험해서 육로 이동이 어렵고 항공으로 이동을 해야 해서 무조건 양곤으로 갈 수밖에 없어서 오게 되었다. 양곤의 첫인상은 밤에 도착해서 그런지 거리도 좀 으슥하고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도보는 군데군데 깨져있어서 잘 보고 걸어야 했고 쓰레기도 널려있고 크고 털 많은 쥐가 돌아다니고 큰 바퀴벌레도 많이 보였다. 정말 이제 좀 개발도상국에 온 느낌이었다. 


양곤은 크게 볼 것은 없고 쉐다곤 파고다와 순환 열차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인상 깊었던 것은 그런 관광코스보다는 호스텔의 직원들의 표정과 행동이었다. 12인 실정도 되는 호스텔인데 밤에는 직원들이 침대 앞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서 잠을 자곤 했다. 그래서 왜 여기서 자냐고 했더니 따로 자는 데가 없어서 여기서 잔다고 하는데 그 표정이나 행동이 불편하고 불만스러워 보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만족하고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같이 자는 직원들이 손님들이 지나다니는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나란히 누워서 장난도 치고 즐겁게 이야기도 하는데 나도 그들에게서 불편함이나 불만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냥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불편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웃고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정말 인상이 깊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한다면 그럴 수 있을까? 나는 그들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지내면서도 표정은 그들보다 어두웠고 고민은 더 많았으며 불평은 더 했었을 것이다.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
 - 에이브러햄 링컨 -


어떤 상황이든 장점과 단점은 있을 것이고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난 그동안 삶의 만족의 기준을 너무 높게 둔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나란히 누워서 자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행복은 조건보다도 마음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것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 좀 더 삶은 반짝이지 않을까? 굳이 무엇이 되지 않아도 세상에 태어난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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