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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14. 2021

캄보디아에서의 추억

프놈펜_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의 잔혹함을 느꼈던 곳

앙코르와트에 가는 경로에 아무 생각 없이 들린 프롬펜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시가 깔끔하고 오히려 베트남보다 더 정돈이 잘 되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빵빵거리는 소리도 별로 없고 신호에 맞춰서 차들이 움직였다. 오토바이도 베트남에 비해서 많이 적었다. 파스타나 피자를 파는 음식점도 많았고 서양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캄보디아라는 나라는 그냥 아직 개발이 잘 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을 하고 왔는데 이 곳은 꽤 발전이 된 모습이었다. 넓은 도로, 상점들, 괜찮은 음식점도 많았다. 강변의 거리도 나무와 가로등으로 잘 꾸며놓아서 산책하기 정말 좋았다. 전혀 여행에 불편함이 없었지만 물가는 베트남보다 비쌌다. 프놈펜에서는 3박 4일 동안 지내면서 뚜얼 슬랭 추모 박물관, 독립 기념관, 프놈펜 왕궁, 왓프놈, 킬링 필드, 나이트마켓 등을 갔다. 깔끔하고 평온해 보이는 도시였지만 과거에 정말 비극적인 아픔을 겪은 곳이었다. 이 곳에서 그런 아픔이 있는 곳을 돌아볼수록 진실을 마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얼마나 큰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친절하고 밝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이런 아픔을 견디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즐거움은 그냥 표현하는 것”


프놈펜에 도착한 첫날 숙소 근처에 있는 강변이 보이는 식당에서 피자와 앙코르 맥주를 먹었다. 이 곳이 기억에 남는 것은 멋진 경치와 맛있었던 피자보다 식당에서 단체로 온 서양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식당에서 나오는 음악에 춤을 추고 즐거워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도 아기처럼 좋아하면서 춤을 추고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이 모습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나이가 들면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감정도 숨기고 항상 침착하고 괜찮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저런 모습이 되고 싶다고 해도 한 순간에 저렇게 되기는 어렵고 어렸을 때부터 서로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서구문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저런 점은 개인적으로 참 부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 사이에서의 표현을 너무 참고 지내는 느낌이다. 오히려 친구나 남들에게 더 자신의 마음을 더 표현을 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족들 사이에 사랑한다는 표현도 잘하지 않고 무슨 고민이 있어도 가족들에게는 잘 터놓지 않는 것 같다. 아닌 가족들도 있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왜 이럴까를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학업위주로 대화를 하고 커서는 취직, 그리고 결혼 등으로 뭔가 대화의 주제가 ‘해야 되는 일’인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요즘 행복한지, 재미있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묻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족들은 서로에게 일에 대해 묻기보다는 그 사람의 상태와 느낌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초첨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가족이 존재하고 있고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비극적인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곳”


뚜얼 슬랭 추모 박물관은 금방 보고 왕궁에 갈 계획이었지만 이 곳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니까 금방 보고 갈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처참했다. 정말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수많은 캄보니아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희생되었다. 그 당시에 그런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행동을 자각 없이 했을 수가 있었을까? 그런 광기 어린 군중 심리가 정말 무서운 것 같다.


뚜얼 슬랭 추모 박물관은 원래는 학교였다가 감옥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했다니 정말 끔찍했다. 이곳에는 잡혀와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이런 일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장소에는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쓴 방명록이 있었는데 한글로 적힌 글도 있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진짜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구였다. 그 당시에는 폴 포트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따랐을 것이다. 그런 분별없는 추종은 이런 비극을 만들었다. 매 순간 깨어있으면서 나의 말과 행동을 자각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겠다.


이런 아픔이 있는 다른 장소로 킬링 필드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고 잔혹함이 느껴졌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도 마주하기도 꺼려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사건을 보고 느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서 배치된 숫자를 따라서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을 했다. 사람들을 이 곳으로 이동시켜서 학살을 해서 묻었고 심지어 아이들까지 죽였다. 사람의 뼈들이 널려있는데 정말 처참했다. 아직도 땅에 묻혀 있는 시신들이 많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이 곳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그때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이 불쌍했다.


이번 프놈펜 여행으로 캄보디아의 정말 슬픈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킬링 필드의 추모비 안쪽에서 한 바퀴를 돌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꽃과 향을 사서 올렸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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