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_장기 여행자의 허세
저녁 늦게 도착한 호찌민의 첫 느낌은 높은 온도가 확 느껴졌고 버스에서 추워서 입어던 후드티를 입은채로 내려서 땀이 주룩주룩 났다. 시내의 모습은 번화가 느낌이고 지금까지의 베트남 도시 중에 가장 도시 같았다. 일단 신호등이 가끔 있었고 인도도 폭이 넓어서 걸어 다니기가 편했다. 그리도 도로에 버스도 보였고 상점도 깔끔해 보이는 곳이 많이 보였다. 특히 여행자 거리(Bui Vien Walking Street)는 여행자들, 길거리의 상인들, 그리고 길거리에 나와있는 음식점 테이블들로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였고 가게에서 크게 나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호찌민에서는 3박 4일 머물렀고 하루는 호찌민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 우체국, 독립궁, 전쟁 박물관, 호찌민 시청 등 시내 구경을 했고 하루는 근교에 있는 붕따우에 가서 구경을 하고 왔다. 붕따우는 생소한 곳인데 나짱에서 만난 중국 친구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붕따우에 거대한 예수님 조각상이 있는데 가보라고 추천해줘서 가게 되었다. 거대한 예수님 조각상은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베트남에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가보았고 정말 거대한 예수님 조각상이 언덕 위에 있었고 그 위에 전망대도 있어서 바다와 붕따우 시내를 볼 수가 있었다.
“ 오래 여행 다닌 사람의 허세”
호찌민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사람과 숙소가 같아서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의 배낭은 엄청나게 컸다. 그래서 배낭이 정말 크다고 했더니 지금 6개월 정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 자랑을 했다. 지금 여행을 10일 정도 한 상태에서 그 사람이 여행을 오래 한 것은 멋져 보였는데 그것으로 자랑을 하니까 좀 멋짐이 반감되었다. 저녁 식사도 같이 하기로 해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 꽤 근사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행동은 뭔가 가벼워 보이고 잘난 척과 으스대는 것이 있어서 내면의 멋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나도 여행을 오래 하면 저렇게 으스대는 모습을 될까? 나이를 먹는 것과 여행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면서 기간이 늘어나는 것뿐이고 그 시간에 어떤 것을 했고 어떤 마음의 성숙을 이뤘는지는 그 시간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지 나이가 많다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듯이 여행을 오래 했다고 아는 척을 하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아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껴야 하듯이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것을 뽐내기보다는 덤덤해지는 모습이 더욱 멋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나의 여행기간이 1년이 넘어가니까 난 오히려 내가 여행을 오래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좀 머쓱해질 때도 있었다. 그 여행기간을 말하면 상대방이 기대한 만큼 엄청난 경험이나 성숙을 이루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여행은 일상이 되어가고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그냥 삶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