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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24. 2021

인도에서의 추억(1)

첸나이_재미있는 극장 문화

드디어 인도를 여행할 시간이 되었다. 인도라… 인도는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지만 너무 여행하기 힘들다는 악명이 높아서 많이 걱정도 되었다. 여행자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정말 좋다는 사람과 정말 별로라는 사람들로 극명하게 좋고 싫음이 나뉘었다. 인도를 2달 동안 약 17개 정도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든 나의 느낌은 각 도시마다 완전히 느낌이 다르고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또 가고 싶은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인도의 매력은 몸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마음의 고민이 많이 사라지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곳인 것 같다. 일단 생활이 불편하고 사람들을 경계를 하면서 다니다 보니까 그냥 자잘한 고민들은 생각도 하지 않게 되고 먹고 자고 씻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일들에 대해서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진정한 고민과 가짜 고민을 인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고 가짜 고민은 여행 중에 사라져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좀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 때 인도를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같다. 


또한 인도의 사람들은 인상은 좀 무섭지만 여행하면서 만난 인도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인사하고 말 걸고 사진 같이 찍자고 하고 마치 내가 스타가 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약간 우리나라나 유럽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차가운 느낌이라면 인도 사람들은 지나친 관심으로 뜨거운 느낌이었다. 때로는 그런 관심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군중 속의 외로움 같은 것은 별로 느끼지 않았었다.


“헬로 마이 프렌드”가 그냥 그들의 인사였다. 이 말도 계속 들으면 또 사기 치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거부 반응 및 짜증도 났지만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인도의 사람들을 잘 표현해두는 말이라고 생각이 든다. 다른 그들이 자주 쓰는 말은 “No problem”이었다. 진짜 문제가 없는지 아닌지를 생각도 안 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는데 뭔가 걱정하는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저 대답이었다. 신뢰는 좀 떨어지지만 저런 긍정적인 말은 어쨌든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해 주었다.


“Are you happy?” 인도인에게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Are you happy?”였다. 심지어 바가지를 씌워서 짜증이 난 상태에서도 이런 말을 하면서 중간 과정에 있었던 언쟁이나 다툼을 모두 무마시키면서 나는 아직 화가 나있지만 결론은 “happy”한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더 나아가서 어쩔 수 없이 happy 하다고 하면 “You happy, I’m happy”라는 말로 더욱 기가 막히게 하면서 악수까지 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항상 흥정을 해야 하는 일상이 인도 여행에서 초반에는 피곤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호객행위나 바가지를 씌우는 행동은 거절을 하면 가격은 반 이상 급격하게 떨어져서 재미있고 웃기기도 했다.


 또한 그러한 행동에서 끈질기게 따라다녀서 귀찮았지만 위협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소매치기나 강도와 같은 사건도 선진국인 유럽보다 들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들 나름대로는 안 보이는데서 나쁜 짓을 하기보다는 앞에서 좀 지나친 흥정을 하면서 정당하게 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래서 흥정은 그들의 보너스(?)를 위해서 필수적이었고 더욱 많은 보너스를 벌기 위해 처음에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바가지 흥정이 일상이 된 것 같았다.


삶이 참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여유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억척스러워 보이는 그들이지만 누군가가 그들의 곁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쳐다보고 일으켜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때로는 거짓말도 하고 매우 계산적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도라는 나라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인도의 영화 산업은 발리우드라고 불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인도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었다. 인도 영화를 볼까 하다가 마침 할리우드 영화를 하고 있어서 그냥 할리우드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극장의 시설은 꽤 쾌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특이했던 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찾는데 그냥 휴대폰 후레쉬를 켜고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그것도 화면을 가리지 않기 위해 몸을 숙이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리 자리를 찾아가서 좀 놀랐다. 그밖에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마치 자기 집에서 보는 것 같이 웃고 떠들고 심지어 전화가 오면 전화도 받으면서 편하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15분 정도 있어서 광고가 나오고 사람들은 나갔다 들어오고 했다. 이런 모습은 좀 놀랍기는 했지만 불쾌하기보다는 이 사람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가족과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시끄러워도 불편해하지 않는 모습들이 예전 우리나라의 시골에서 마을에 텔레비전이 하나밖에 없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고 떠들면서 다 같이 즐겁게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볼 때, 물론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에티켓을 지키고 조용히 해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가끔 거기에 대한 불편함도 느낄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마음 편하게 영화를 봤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갔는데 다 같이 영화를 본 느낌까지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인도인들의 모습이 영화관에도 반영되어 있었다. 어떤 문화가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닌 문화의 상대성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런 행동을 우리나라의 극장에서 했다면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을 텐데 이곳에서는 이런 행동이 용인이 되고 그들만의 영화를 보는 문화가 있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던 인도의 극장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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