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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26. 2021

인도에서의 추억(2)

바라나시_삶과 죽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인도하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도시가 바라나시 인 것 같다. 이 도시는 인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가트에서는 사람들이 몸을 씻거나 수영을 하고 있고 거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화장을 하거나 수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곳은 인도의 큰 장례식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슬픔보다는 밝은 느낌의 도시였다. 물론 화장터에서 장례의식을 치를 때는 떠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이었지만 바라나시의 전체의 모습은 슬픔보다는 생기가 있었다. 아마도 삶이 좋고 죽음이 나쁜 것이 삶고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이고 죽은 사람을 잘 떠나보내고 살고 있는 사람은 현재에 충실하게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갠지스강에서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그 물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이 있는 신성한 강의 갠지스강은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물에서 노는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았다.


삶 또한 죽음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보통 살고 있을 때 그 뒷면에 있는 죽음을 잘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는 그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들의 상인들과 수많은 여행자들, 동네 개들과 소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삶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매일 갠지스강에는 삶과 죽음이 어우러져서 흘러가고 있었다.


“ 바라나시까지의 험난한 여정”


자이푸르에서 기차를 17시간을 타고 드디어 바라나시에 도착을 했다. 숙소 근처까지 오토 릭샤를 타고 골목길 안쪽으로는 오토 릭샤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여기 골목은 정말 좁고 꼬불꼬불하고 길에는 소들이 걸어 다니고 자연스럽게 소똥과 오줌들이 뒤섞여 있었다. 앞을 보고 걸어 다닐 수가 없고 땅을 보고 걸어 다녀야 했다. 똥이 널려있으니까 똥 근처에 파리도 몰려있는데 똥을 지나칠 때면 똥에 붙어있던 파리들이 갑자기 날아서 파리까지 피해 다녀야 했다. 공기 반 파리 반인 것처럼 눈앞에 파리들이 항상 있었다.


이런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숙소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 한 인도 사람이 자기가 안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이 때는 인도 여행을 한 달 넘게 해서 이런 사람들은 꼭 나중에 팁을 달라고 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내가 찾을 수 있다고 해도 또 인도 사람의 특징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노 플라블럼”이라면서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따라오라고 앞장을 선다. 난 그냥 무시를 하고 지도를 보고 찾아왔는데 역시나 숙소 앞에서 팁을 달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뭐 거의 깡패가 아닌가. 이런 인도 사람들의 막무가내 방식에 진절머리가 나서 숙소 직원한테 도움을 청해서 그 사람을 그냥 가도록 했다.


아무튼 긴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다시 오토 릭샤를 타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서 거의 18시간 만에 숙소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이렇게 힘들게 찾아온 바라나시의 첫 느낌은 묘한 매력이 있었고 이곳의 여행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곳”


“ 저기 한국분이신가요?” 숙소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면서 왠지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분이 지나가길래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원래 한국 사람처럼 보이면 먼저 인사를 하는데 다행히 한국사람이었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인사를 하고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이따가 저녁때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보통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끼리는 서로 모른 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는 아니었다. 길에서 처음 만나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고 금방 친해졌다. 그 이유는 인도가 여행하기가 쉽지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 같이 다니는 것이 안전하고 서로 정보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 같은 숙소에 있는 한국 사람들과 또 건너서 알게 된 한국사람까지 해서 오랜만에 많은 한국사람들과 밥을 먹었고 그다음 날은 길에서 만난 한국분들과 또 식당에서 만난 한국분들까지 모여서 거의 15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이렇게 금방 친해지고 같이 어울린 것이 인도가 유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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