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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l 06. 2021

네팔에서의 추억(3)

안나푸르나 라운딩(2)

“ 이런 깊은 산속에도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면서 놀라운 것은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도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을들은 그 자연환경에 따라 다른 느낌이었다. 산도 그 높이에 따라서 자라는 식물이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지형에 따라 마을의 형태도 다양해서 트레킹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중에서 피상에서 나왈로 가는 길목에서부터 분홍색 꽃밭이 펼쳐지는데 이 꽃들이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척박한 날씨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산등성이에 이렇게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밭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도 대단했다.


사람은 자연 앞에서 약한 존재이지만 그 적응력은 뛰어난 것 같다. 트래킹을 하면서 자연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이러한 환경에 적응해서 마을을 이뤄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 내가 왜 이 트레킹을 한다고 했을까?”


4000m 이상의 고도에서 걷고 트레킹을 시작한 지도 8일 정도 지나니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걸을 때보다 숙소에 도착해서 밤에 더 힘들었는데 일단 너무 춥고 고산증세가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머리가 계속 아팠다. 양 옆쪽 머리와 눈 하고 코 쪽까지 아팠다. 고산 약을 챙겨 오기는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먹지는 않고 그냥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늘 수프와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셨다.


정말 산을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쏘롱가 패스를 넘기 전날 밤에 쏘롱가 하이 캠프에서는 추워서 양말 2개 신고, 겉옷까지 다 입고 털모자 쓰고 이불 2겹을 덮고 침낭 안에서 자는데도 추워서 물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품에 껴안고 잤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트레킹을 해야 하나 싶었다. 처음부터 산에서 12일이나 있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후회가 되었다.


고지대의 추위와 낮은 산소농도와 육체적인 불편함은 그렇게 나의 정신까지 힘들게 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투덜거리지만 계속 간다. 그리고 춥고 머리는 아프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느껴졌다. 이 고난이 끝이 안 보인다면 정말 절망스럽겠지만 다음 날이면 최고 높은 지점을 통과해서 이제 하산을 하는 길이라는 것이 나에게 또 힘이 되었다. 그렇게 추위에 덜덜 거리고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면서 후회와 희망을 안고 잠들었다.


“ 드디어 쏘롱가 패스를 넘다”


이 날은 가이드가 일찍 출발하자고 해서 4시 반에 밥 먹고 짐 싸서 6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머리 아픈 것은 괜찮아졌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었고 비가 조금씩 오고 있어서 시야가 좋지가 않았다. 고도가 높아서 나무도 없고 그냥 돌산을 가이드의 뒷모습을 따라 올라갔다. 고도가 높아서 아무래도 금방 숨이 차고 힘들어져서 좀 더 많이 쉬면서 올라갔다. 더 올라가니까 이제 비가 눈으로 바뀌어서 내렸다.


이때가 8월 초로 한참 더울 날씨인데 이곳에는 눈이 내린다.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그냥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올라갔더니 드디어 이 트레킹 코스의 목적지인 쏘롱가 패스가 나왔다. 가이드와 서로 축하를 해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매우 기뻐했다.


사실 이곳에 온 것도 기쁘지만 이제 드디어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5000m를 넘어가면서 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통 산의 정산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멋있는 경우가 많고 그 경치를 보려고 산의 정상에 가는 것도 있는데 이곳은 그냥 길목이어서 그런지 그런 멋진 경치는 없었고 날씨도 흐려서 그냥 경치는 그저 그랬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쏘롱가 패스를 넘어서 가다 보니까 날씨가 좋아지고 하늘도 파란빛이 보였다. 이 산을 경계로 날씨가 달라진다고 출발하기 전에 숙소에 계셨던 분이 말씀을 해줬던 것이 생각이 났다. 정말 날씨가 완전히 달라져서 신기했다.


그리고 내려갈 때 보이는 경치가 정말 장관이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산을 걸으면서 또 엄청나게 거대한 설산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평지는 없고 큰 산들만 보였다. 그 안에서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였다. 마치 끝없는 사막에 있는 것 같이 끝없는 산들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5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그 아래 마을까지 내려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7시간을 걸어서야 겨우 근처 마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 내려오니까 머리 아픈 것도 괜찮아지고 목표를 달성해서 마음이 뿌듯하고 가벼웠다. 이제 나의 등산의 최고 높이는 5416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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