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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l 04. 2021

네팔에서의 추억(2)

안나푸르나 트래킹(1)

“ 출발하면서부터 계획이 틀어지다”


드디어 트레킹이 시작되었고 새벽에 가이드를 만나서 버스 정류장에 간 다음 버스를 타고 안나푸르나 근처의 마을로 이동을 하고 거기서 지프차를 타고 트레킹을 하는 곳까지 가야 했다. 지프차를 타고 가는데 그냥 산 길을 차로 올라가기 때문에 마치 팝콘을 튀기듯이 차 안에서 사람들이 통통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길을 달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냇가도 건너고 바위길도 달렸다. 그리고 비까지 와서 진흙밭에 미끌거리면서 힘겹게 올라가는데 어디 튀어나온 돌에 차 하부가 부딪혔는데 차가 고장나버렸다.


길을 막고 있어서 다른 차들이 지나가지를 못하니까 사람들이 나와서 일단 차를 밀어서 겨우 길가로 빼고 운전수가 한참을 낑낑거리면서 차 밑에서 작업을 하는데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안 되는 것 같고 날씨도 안 좋고 날도 어두워질 것 같아서 트레킹이고 뭐고 그냥 다른 차 타고 내려가고 싶었다. 가이드도 다른 대책도 없고 차를 계속 못 고치면 그냥 걸어서 올라가자고 했다. 그러다가 4시간 정도 지났을까. 차를 고쳤다고 했다. 운전사가 진흙바닥에서도 차 밑에서 계속 애쓰더니 진짜 고쳤다. 악조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고 멋있었다. 그리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이런 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차에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날이 어두워져서 목표로 했던 Tal까지는 가지 못하고 그전에 숙소가 있는 마을에서 잤다. 계획은 출발하는 날부터 틀어졌지만 진흙바닥에서 탈출해서 숙소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 고산증세가 나타나서 힘들었지만 멋진 설산을 보다”


라운딩을 시작한 지 4일 차에 도착한 어퍼 피상은 3000미터가 넘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올라간 가장 높은 산이 1950m의 한라산이었는데 3000미터 이상의 높이는 처음이었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이제 날씨도 춥고 숙소도 그냥 판잣집이어서 방도 추웠다. 한 여름인데도 밤에는 높은 산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는지 꽤 추웠다. 그리고 저녁부터 비가 계속 내리는데 으슬으슬한 것이 초겨울 날씨 같았다.


마늘이 고산 증세에 좋다고 해서 이때부터 틈만 나면 마늘 수프를 거의 약처럼 먹었다. 마늘 수프는 따뜻하고 맛도 괜찮고 먹으면 컨디션도 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 숙소는 온수도 나오지 않고 찬물만 나오는데 가이드가 감기 걸리면 고산병이 걸리기 쉽다고 샤워는 하지 말라고 해서 세수만 하고 잤다. 잘 때도 털모자에 내복에 후드티를 입고 침낭에 들어가서 잤다. 두통이 너무 심해서 왜 이렇게 오래 등산을 하는지 좀 후회를 하면서 잠들었다.


“쿵쿵쿵” 잠결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더니, 가이드가 다급하게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늦잠을 잤는가 싶어서 시계를 보니까 아직 아침 6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놀라서 나가서 어리둥절하게 가이드를 보니까 가이드가 앞을 보라고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우와! 어제까지 구름에 덮여서 안 보이던 설산이 하얀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2라고 하는데 진짜 멋있었다. 아래는 푸른 산인데 뒤편에는 설산이 있으니까 신기했다. 


‘이래서 힘들어도 사람들이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는 것이구나’ 지금까지의 고생과 어젯밤에 후회하면서 잠든 기분은 사라지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내 가슴은 벅차올랐다. 다행히 머리 아픈 것도 잘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괜찮았다. 자연에 가까이 가는 것은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자연은 이렇게 뜻밖의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 야크 떼에게 쫓기다”

이제 트레킹의 중간 지점인 마낭에 도착해서 하루 쉬면서 주변에 있는 아이스 레이크에 가기로 했다. 가이드도 별로 멀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9시간 넘게 걸었다. 쉬는 날이 아니라 더 힘든 날이었다. 산을 올라가는데 호수는 보이지도 않고 산을 다 올라가면 또 다른 더 높은 산이 나타났다. 금방 나온다고 했던 가이드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이왕 가기로 했으니까 계속 올라갔는데 산 속이어서 식당도 없어서 밥도 못 먹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비록 날씨가 흐려서 설산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높은 산맥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그 가운데에 강이 흐르는 모습은 웅장하면서 아름다웠다. 겨우 도착한 아이스 레이크는 생각보다 예뻤고 야크들도 물을 마시러 호수에 많이 와서 실제로 야크도 처음 보았다. 야크의 모습은 버팔로와 비슷한데 덩치가 좀 더 큰 것 같고 온 몸에 난 털들이 더욱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 호수가 4500m 정도여서 다시 고산증세가 나타나는지 머리도 띵하니 아프고 숨쉬기도 좀 힘들었다.


호수를 다 보고 내려가는 길에 야크 떼가 우리 쪽으로 오길래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다. 가이드도 야크는 사람을 공격 안 한다고 해서 그냥 동영상을 찍으면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야크들이 우리 쪽으로 너무 가까이 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얌전히 오는 것이 아니라 위협적으로 빠르게 와서 우리는 막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계속 쫓아오지는 않았는데 주변에 큰 바위로 올라가려고 했을 정도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가이드도 여기를 여러 번 와봤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좀 더 야크 떼를 멀리서 지켜보니까 아까 우리가 구경하던 곳이 야크들이 쉬는 곳이었다. 그곳에 우리가 있으니까 나가라고 쫓아낸 것 같았다. 무언가를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는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 훨씬 강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야크가 그랬다. 그 덥수룩한 털은 매머드를 연상시켰고 조용히 풀을 뜯고 있지만 건들지 말라는 카리스마가 맴돌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있었지만 야크들을 실제로 봐서 인상이 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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