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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04. 2021

세계 여행 후기_느낌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여행 전의 기대: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존경할만한 괜찮은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겠지?



580일의 여행이 끝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했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사람은 막상 뭔가 시작되면 그 상황에서 적응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시작하기 전의 생각이 힘들지 막상 시작하면 어떡하든 적응하는 것 같다.

남아공 테이블 마운틴에서 호스텔 친구들과 석양 구경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대단한 사람은 많지만 괜찮은 사람은 만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은 많았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자전거로 오랫동안 여행을 하는 사람, 어린 나이에 워킹 홀리데이로 돈을 벌어서 여행하는 사람, 퇴사하고 부부가 여행을 다니는 사람, 여행을 오래 하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 등등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는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하고 연락을 하면서 지내다 보면 그 능력에 비해 성품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치 겉은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막상 안을 보면 부실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점이 괜찮은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못 만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은 세계여행을 하기 전 워밍업으로 간 제주도 한 달 여행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때도 좀 실망스러웠지만 세계여행에서는 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떠났다. 물론 괜찮은 사람에 대한 내 기준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먼저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었다. 소통의 시작은 인사였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내가 인사를 했을 때, 잘 받아주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그때 그들의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드물었다면 뭐 그런 상황이구나 했을 테지만 인사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고 나중에는 나도 인사를 하기가 꺼려지기도 했다. 인사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을 했고 낯선 사람끼리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면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정보의 교류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많이 배운 것 같다. 특히 서양 문화에서의 먼저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악수를 청하는 것이 참 괜찮은 첫인사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는 서로 예의를 지키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여행 중에 도미토리 같은 공동 시설을 자주 이용하다 보면 서로 간에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그 공간에서 모두 즐겁게 지낼 수 있었지만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배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과 의견의 조율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헤어져서 연락할 때도 연락이 잘 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실망을 많이 했다. 같이 있을 때는 정말 친절하고 잘 통했던 친구였지만 서로의 행선지로 헤어지고 나서는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안부를 묻거나 여행의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필요할 때는 연락이 잘 되다가 내가 질문을 할 때는 연락이 한참 있다가 오거나 안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는 같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도 얼마나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는가를 보면 되는 것 같다. 같이 있을 때는 바로 앞에 있으니까 바로 응답을 해주는데 떨어져 있으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연락을 했다는 것은 집에 손님이 찾아와서 벨을 누른 것과 같다고 생각을 하고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주려고 하는데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까다로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항목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여행 중에 너무 실망을 많이 해서 뭔가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아졌다. 여행 책들을 보면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여행을 하면서 내가 사람 운이 별로 없는가라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점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결론은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여행지에서 사람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해야겠지만 진짜 잘 통하는 사람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소통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에 관한 책들을 많이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본 후에 들었던 느낌은 정말 여행을 가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이벤트도 많고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즐거웠고 잊지 못할 경험이고 여행을 통해 성숙해지고 새로운 일을 하는 기회도 되는 등 환상적인 내용들이 많았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절로 여행에 대한 기준을 높게 잡게 되었다. 


나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서 깨달음을 얻고 계속 그 사람들과 연락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할 기회가 생기고 여행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우연히 길이나 버스나 기차에서 만난 현지인의 집에서 지내면서 그 나라에 대해 배우고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나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좀 신중하고 조심해서 여행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단절된 스타일로 여행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일들은 생각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여행 초반에는 위험요소를 만들지 않는 것에 집중을 했었다. 여행 준비를 열심히 해서 나왔는데 금방 귀국하는 일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낯선 사람의 집에서 머무는 카우치서핑은 처음에는 위험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도하지 않았고 낯선 사람의 호의도 경계를 많이 했지만 인사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은 언제나 열어 두었다. 그래서 호스텔에서는 친구도 많이 사귀었는데 헤어져서도 연락이 되는 친구는 만들기가 힘들었다. 여행하고 1년 2개월 정도 지나서 유럽여행을 시작했는데 유럽은 물가도 비싸고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이 많이 있어서 카우치서핑을 시도해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다 거절당하고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불가리아 여행을 할 때는 예전에 두바이에서 만난 불가리아 친구한테 연락해서 그 친구네 집에서 3박 4일 정도 지낸 것이 그나마 카우치서핑 같았다.


여행에서 기준을 높게 잡고 시작하면 그 기준에 맞지가 않으면 여행에 대해 허망함이 생기기 쉽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메이징 한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데 그런 일이 없고 평범한 여행이 되면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가지지 않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나도 나중에는 ‘살아있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했고 귀국해서도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에 만족을 했다. 웃기게도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거기에 걸맞은 멋진 경험이 있었야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여행한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서로 묻게 되는데 그럴 때 긴 여행기간을 말하면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보면서 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진다. 그런데 그런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약간 여행을 헛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내 여행이 허무한 시간낭비가 아니고 나름대로 좋은 여행이었고 각자 자기만의 여행이 있는 것이지 내 여행이 평범하다고 스스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 내 여행의 목표는 몸 건강히 돌아오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고 그것이 되었으니까 만족스러운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여행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 인생과도 같다. 인생의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이면 행복을 잘 느끼기가 힘들겠지. 항상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즐거운 여행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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