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찾기 <라이프스타일>
'음... 카페라떼 주세요.'
매일 같은 카페에 가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제와 같은 메뉴를 시킨다.
입맛은 까다롭고 취향이 분명하다.
달달한 디저트는 무척 좋아하지만 단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라고 말하고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네요' 하며 하나씩 거절해 나가는 스킬도 있다.
음식의 취향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옷은?
인테리어는?
여행은?
'트렌드'라고 일컫는 타인의 취향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잘 알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가슴 뛰는 일을 하려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작은 것부터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내 취향은 뭘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니?
'명색이 디자이너인데 왜 나는 TV에 나오는 셀럽들의 센스에 못 미치는 걸까?'
한참 자괴감에 빠지던 때가 있었다. 비싼 집값과 좁디좁은 평수가 8할은 차지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사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다 다른 스타일일까?
'내가 만약 적당한 평수의 집을 사서 꾸민다면 나는 이렇게 꾸미겠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이미지 검색부터 시작했다. 콘셉트 기획서를 쓰는 것과 같이 레퍼런스 수집을 하는 것이다.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좋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앤틱 한 서랍장도 좋다. 요즘에는 한옥과 같은 전통적인 스타일도 굉장히 모던한 느낌을 낼 수 있지. 이것도 좋아. 예전에 잡지에서 봤던 페이지 중에 이정재 집이었던가.. 적당히 고즈넉하니 그 세련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이것도 저장!
마구잡이로 좋아 보이는 것은 다 붙여보았다.
이거 머 원.. 졸부의 집이 따로 없다. 모던, 앤틱, 코지.. 집안에 테마방을 꾸며야 할 판이다.
깔끔한 집이 좋으면서도 포인트 되는 강렬한 컬러도 좋고 오래된 물건도 고즈넉하니 좋다.
난 취향이 많은 걸까?
어떤 삶을 살고 싶니?
혼란의 레퍼런스 수집이 계속되던 중 한창 유행했던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보게 되었다.
유유자적한 삶이 좋아 보였고 편안해 보였다. 방송의 콘셉트가 한 몫한 것도 있지만 느리게 가는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가끔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편리하고 바삐 돌아가는 도시의 삶과 불편하고 느리지만 유유자적한 지방에서의 삶을 고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까.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가.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집이 나에게 주는 감정과 느낌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치열한 삶과 느린 삶에 대해 저울질 하기 시작했다. 쉽게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집의 느낌은 알 수 있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니?'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은 벽지와 바닥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넌 어떤 식으로 살고 싶니?'
삶의 스타일을 묻는 질문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의미를 그제야 파악하게 되었다.
'나는 집이 안전한 요람같이 느껴졌으면 좋겠어. 퇴근 후 집은 나에게 위로이고 안식처야. 게다가 잦은 이사에 지쳤어. 이제 내 공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어. 세상 가장 편안했으면 좋겠고 나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났으면 좋겠어'
이전까지는 모던하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나는 항상 짐이 쌓여있고 이상하게도 버리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마음 정리를 해야 하는 D-Day가 아닌 이상 그 자리에 두는 편이었다. 하나하나 사연 없는 것이 없고 그것을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그림엽서를 사서 벽에 붙여두기도 하며 조금 지저분한 것 정도는 가볍게 눈감을 수도 있는 여유가 있었다.
명쾌해졌다.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 자신을 모르고 트렌드에만 현혹됐던 것이다.
겉모습에 쫒았던 스타일을 버리니 취향이 드러났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럼 이제 거실에 어떤 의자를 둘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