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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차 Nov 17. 2019

나도 너처럼 그렇게 반짝였을까?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 






과거의 '나'를 알면 

지금의 '나'를 알고 

앞으로의 '나'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난 케이트모로스와 같은 영국 아티스트처럼 자유분방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될 거야'

'내 브랜드를 만들어서 유명 기업과 콜라보 작업을 해야지, 엄청 멋질 거야 '


이유 없이 자신감만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의 모든 멋진 일은 내가 다 하게 될 줄 알았다.

모든 것이 미숙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때의 나는 쥐뿔도 없었지만 지금의 나보다 가슴이 뛰고 무궁무진한 꿈을 꾸고 있었다. 

너무 신나 있었다.


나는 그때 무엇으로 반짝였던 것일까?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때가 있다. 누군가는 오래전에 빛났을 테고 또 누군가는 지금에서야 빛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한없이 슬퍼진다. 아직 반 백 살도 못 산 젊은 나이에 나도 한때 반짝거렸다고 말하다니! 과거형으로 말하기엔 나의 젊음에 미안해진다. 이런 식으로 마음으로 나이를 먹은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나도 한번 돌아가 보려 한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던가. 나의 과거를 보면 내 미래도 보이지 않을까.

내가 가장 빛난다고 느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빛나던 시절?


직장생활에서는 입사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떤 일이든 욕심 있게 하던 때일 것이다. 작은 칭찬에도 날아갈 듯하고 작은 피드백에도 기가 죽던 그 시절. 뽀시래기 시절이지만 야망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로는 잠깐잠깐씩 빠져들었던 취미생활이었다.

5년 전쯤 한 때 스노보드에 빠져 든 적이 있었다.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가지고 다니며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내 안의 체력을 끌어모아 열심히 보드를 탔다. 사람들과 함께 타는 것이 즐거웠고 쉬는 시간이면 동영상 강좌로 예습 복습을 하며 야무진 꿈을 꾸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퇴사하고 해외연수를 갈까 하고 알아본 적이 있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어학연수 홍보책자를 넘기다가 캐나다의 밴쿠버 프로그램을 보며 유레카를 외쳤던 것이 생각이 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휘슬러 스키장이 숙소에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 여기야! 캐나다 밴쿠버에 가서 영어 공부하며 스키장에 가야겠어!


캐나다에서 보드를 타고 있는 나를 상상하면 너무 행복해졌다. 상상에만 그친 계획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꽤 진지했다.


또 하나 어릴 적의 나.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잘한다 소리도 자주 들었다.

시골에서 자라 지금의 대도시에서 느끼는 무한경쟁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서일까. 시골에서의 삶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조금만 해도 칭찬을 아낌없이 해줬으니 말이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림은 입시 목적이 아닌 생활로 베인 습관과도 같았다. 취미처럼 하다 보니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진로도 빨리 정할 수 있었다. 일찍이 목표가 생긴 것이다.



내일을 꿈꾼다는 것


항상 그 다음이 있었다.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즐거워했고 다음을 상상했다.


NEXT, 목표, 꿈


상투적인 단어다.

하지만 생각을 곱씹어봐도 이 뻔한 단어가 원동력이 된 것이 맞다.

갖지 못한 것에 더 큰 갈망을 느낀다고 했었나. 진로든 취미생활이든 그때의 나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꾸고 있었고 갈망했다. 그러니 가슴 뛰도록 달려갈 수밖에.


직장을 다니고 적당한 생활을 누리며 나는 점차 꿈과 멀어져 갔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할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꿈이라는 건 이미 유효기간이 끝나버린 쿠폰과도 같은 신세가 돼버렸다. 

어쩌면 이미 이루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인 생활이라던지, 적당한 때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들만 꿈꿨다. 이 모든 것들이 일직선 상에 있는 꿈의 종류이며 나이 듦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라고 여겼다.


처음 찍은 답이 정답이었던 걸까. 

시간이 지나며 상황과 타인에 기댄 꿈은 역시나 휘청거렸다.

오롯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꿈은 누군가로 인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느꼈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가 불현듯 떠오른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상위 단계에 있는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한다. 기본적인 생리적, 생존 욕구가 충족되는 한 인간은 고등한 욕구에 갈증을 느낀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작지만 목표한 바가 있고 다음을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면 그것이 더할 나위 없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단시간에 빠져들었던 취미생활이나 관계에서 공허함을 느꼈던 이유를 이제야 구체적으로 알 것 같다.

그 순간은 즐겁지만 'Next'가 없었던 것이다.


내일을 꿈꾸지 못하면 '인스턴트 흥밋거리'라는 것을 이미 몸으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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