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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차 Nov 13. 2019

뼈 때리는 '나' 마주하기

또 다른 역할 찾아보기





불안에 떠는 씬에서 극이 끝나버렸다.

다른 역할을 맡을 때까지 나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아쉬운 소리를 들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퇴근길, 발걸음이 유독 무거워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아쉬운 소리'는 모기처럼 내 머릿속을 왱왱거린다.


'위기감이 든다. 어떡하지'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게 뭐라고 내 감정을 이렇게 뒤흔드는 것일까.' 
'일'이 곧 내 삶이 되는 것일까.'


여느 때처럼 불안은 아주 작은 계기로부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은 내 일상들과 엉겨 붙고 눈덩이처럼 커져 하루의 기분을 집어삼켜버린다.

그러고는 그 시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언짢음과 불안감만이 남게 돼버린다.

내가 불안을 마주하는 방식은 아주 소극적이었다.

하루의 8시간. 출퇴근을 포함하면 10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보내면서도 나는 자주 '일은 단지 '일'일 뿐이야'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나름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스스로 위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래, 내 삶에 일이 전부가 아니라면 과연 뭐가 있을까.

우선순위를 세워보자.


1. 가족

2. 개인생활

3. 일


더 구체적으로 세워보자.  일단 가족과 같은 당연하고도 추상적인 단어는 빼고 생각해보자. 

'내'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1. 운동

2. 내 개인생활

3. 일


더 구체적으로 나열해야 해. 내 개인생활에는 무엇이 있지?


2. 내 개인생활 (여행, 약속, 영화보기, 책 읽기.. )


더 이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내 개인 생활은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기타 등등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난 결국 내 삶에서 내 역할은 '직장인' 하나였다.

내 삶이 단조롭고 크게 휘둘렸던 것이 이 때문이었다. 

내 삶을 풍요롭고 대표할 수 있는 일들이 직업 말고는 없었다. 

사소한 언짢음을 빨리 털어버릴 수 없는 것은 내 역할이 직장인에서 그 하루가 끝나버렸기 때문이구나.

단단하지 못한 내가 자존감이 떨어져 웅크리고 있을 때 위로할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없구나.

그래서 불안이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자.

단단한 역할을 찾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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