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키운 존재감
처음 그를 만난 건 유튜브였다.
그 당시 한창 취미생활에 빠져 있던 나는 배움의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여러 레퍼런스를 찾던 중 그 사람의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고 수강을 신청하게 되었다.
'갓 졸업했을까..' 어림짐작 하며 유독 앳되 보이는 어린 선생과 함께 어색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서로 불편할 수 있겠다..하는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주 당찬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일에서 만큼은 꼼꼼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어색한 기류가 완전히 깨지기 시작한 건 3번째 수업이 끝난 술자리에서였다.
나는 망해버린 소개팅 일화를 펼쳐내며 어색함의 벽을 허물었고 어린선생은 직업에 대한 개인사를 풀어내며 자연스레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사석에서는 꽤나 풋풋한 20대 다운 모습을 보였다.
낄낄거리며 간혹 비속어가 오가는 유쾌한 대화 속에서 그는 자기의 눈부신 계획과 포부를 자주 이야기했다.
마치 싸이월드 다이어리 시절 '세상아 덤벼라'와 같은 기세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진짜 행복한 거 아냐?"
"와.. 나 진짜 자신 있어. 진짜 성공할 거야. 두고 봐."
약간의 취기와 가벼운 말투 속에서도 포부를 얘기할 때는 제법 진지했고
눈빛만으로 이미 세계 최고가 되어있었다.
'풉' 웃으며 넘기기는 했으나 어느새 나도 진지해져 있었다.
'그래. 넌 최고가 될 거야'
이야기할수록 그는 반짝거렸고 점점 더 커져갔다.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정제되지 않은 열정과 꿈을 이야기하는 지금이 언젠가 나도 그랬던 것처럼.
묘한 순간이었다.
직장 생활하며 잘 들어보지 못한 대화 내용이었다. 이미 사회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저마다의 고민은 항상 현실적이고 돈과 안정적인 생활에 집중되어 있었다.
오롯이 본인의 삶에 집중하여 원하는 일을 하면서 꿈을 꾸던 적이 언제였던가.
그래, 다 어릴 땐 그랬지 않았었나.
'언젠가는 너도 난관 앞에 엎어지고 또 엎어지고 그렇게 무뎌질 거야.
현실 앞에 타협하고 환경에 적응하게 될 거야.'
내 속의 '시샘'이 구석에서 말했다.
'누군가의 열정이 풋내기 시절이라고 치부할 만큼 난 나이를 먹었구나. 무뎌졌구나.'
이내 슬퍼져 꼰대 같은 생각을 얼른 치워버렸다.
쓸데없는 말이 오가면서도 취기 오른 눈이 반짝거렸다.
그의 눈이 반짝거리듯 나도 반짝이고 싶어 졌다.
아주 오랜만에 내 속의 열정이 꿈틀였다.
무엇을 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기'가 깨어나고 있음은 분명했다.
열정에 대한 동경이 시샘보다 더 큰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