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하는 자만이 얻을 것이다_
writen & painted by urei
지난 3월 이후 세 달째, 경제적인 활동은 모두 멈추고
좋은 영화를 찾아 보고, 읽고 싶은 책을 천천히 읽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오래 고민하며 그리고 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단숨에 불쑥 결정하고 그냥 해보고, 통장의 잔고를 딱히 생각하지 않고 돈을 훅 써버리는 쓸데없는 용기를 발휘하는 중이다.
모든 걸 내 던지고 생각나는 대로 '먹고' 순간순간 원하는 일을 언제든 '저지르고' 내가 읽고 쓰고 그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 기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하다. 물론 천성적으로 게으른 성향 상 매일매일을 충실하고 알차게 보내며 일보 전진하고 있는 건 아니기에, 잠자리에 들기 전 약간의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들이 다수, 아니 대부분 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겉보기엔 대체로 풍족하고 결핍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녀가 왜 불쑥 모든 걸 내던지고 자신을 찾겠다며 떠나갔을까. 요즘 왓챠플레이를 샅샅이 뒤져 예전 영화 찾아보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나에게 큰 공감을 주었다. 네이버 영화 정보에 담긴 리뷰 중에는 '나이 든 중년 여자의 하릴없는 돈지랄', '감상주의에 절어있는 여자의 전혀 공감가지 않는 여행기' 등의 멘트들이 많이 올려져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 2010년에 나도 얼핏 이 영화를 본 것 같고 그때의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미국식 로맨스물은 죄다 저렇더라, 그냥 가볍게 지나갔던 내용이었다.
2018년 지금의 나이와 상황이 되어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녀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대체로 수긍이 된다고 느낀다. 그러고 보니 이건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나이와 경험의 차이였구나. 내가 직접 그만한 일을 겪어보고 그만한 나이가 되어보니 아, 저게 어떤 것인지 알겠다. 그동안 얼마나 시간을 허비해 왔는지, 이제라도 떠나야 한다는 것.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안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생계를 위해서, 한 달 월급을 정기적으로 수령하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거나 돌볼 틈이 전혀 없는 이들은 말한다. 나에게도 그만큼의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보겠지만, 사치스러운 꿈일 뿐이라고.
그에 비하면, 아무 가진 것은 없지만 어쨌든 '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나는 어쨌든 감사하다. 당장의 내일이 캄캄할 지라도, 그녀의 말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 다음에는 어떻게든 다시 시작하고 새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
행하고,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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