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지된 여행자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카멜(Camel)’의 1984년 앨범에 수록된 ‘정지된 여행자(Stationary Traveller)’ 곡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을 때 동독을 떠나 서독으로 온 난민에 대한 내용이다.
상처에 대한 자체 연재 글들을 엮으며, 필자도 과거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상처의 편린과 이곡이 함께 튀어나왔다. 고2 때 독서실에서 AlWA워크맨 도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필자가 도둑으로 오인받아 몇 주간 추궁과 고3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사건이다. 후에 진범은 잡혔지만, 그때 필자가 받은 의심과 구타는 마음에 십자포화 상흔을 남겼다. 학교도 며칠 못 갈 정도로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헛헛한 쓴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록, 프로그레시브 아트 록, 헤비메탈 음악에 빠져 지내던 그 시절. 이 곡은 나와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준 곡들 중 하나이다. 어려울 때 함께 해준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 이 곡도 내게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정지된 여행자’라는 모순되는 어구의 대립은 상처로 고통에 빠진 이들의 마음과 동일하게 다가온다.
삶은 하나의 여행에 비유되곤 한다. 그 여행은 길에서 길로 이어진다.
상처의 고통으로 길에서 벗어나 ‘정지된 여행자’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길을 찾기 위해 어떡해야 할까?
먼저 길을 잃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잃어버림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산다는 것은 온갖 시련과 좌절, 고통을 헤쳐 나가며 길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숱한 좌절과 부침 속에 하루하루 몸으로 깨지며 배운 깨달음만이 자신만의 삶의 등대가 된다고 믿는다. 세상은 우리에게 다양한 문제로 다가오지만, 무엇이 정답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은 항상 존재한다. 답이 없는 문제는 문제로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의 고통 이면에 숨어있는 지혜를 찾아 우리는 여행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