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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Aug 17. 2020

10_산너머 산..,아니 바위산

도시 청년의 귀촌이야기

고백하면 전원주택을 짓는 동안 우리 가족은 수도권을 벗어나 남해안을 전원 생활지로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를 여러 번 했다. 전원주택 건설이 끝나 소파에 앉아 아름다운 남해안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여유가 생긴 지금에도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면 양평에 정착할 것이다. (4회 참고) 여전히 우리 가족은 전원주택 건설을 꿈꾸는 지인들에게도 시골보다는 수도권을 추천한다. 


그 정도로 진저리 나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남해안 시골에서의 전원주택 건설 기간 내내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어려움과 사건들이 있었다.


현지 시공사들은 농가 주택에 대한 경험은 풍부했지만 전원주택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다. 건축가가 설계한 도면을 이해하고 실현해줄 능력을 가진 시공사와 현장 소장을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9회 참고)


건설 자재의 수급도 문제였다. 지역에 농가 주택용 자재는 많았지만  전원주택에 필요한 자재를 구하려면 광역시까지 나가서 따로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것 역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차리라 서울에서 배송을 요청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었다. 


현지 건설 시공 업자들의 텃세도 심하고 유난스럽다는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민원 때문에 건설을 시시각각 중단해야 했다.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직원 2명의 지역 인터넷 언론사에서 우리의 유난스러움을 대서특필(?)해주기도 하였다. 인구 4만 명도 안 되는 작은 행정 구역 내에 지역 언론사가 20개가 넘는 것도 신기했다.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우리 집 건설 현장을 이따금씩 방문했다. 


하지만 여러 사건 중에서도 전원주택 건설에 가장 큰 난관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지반 공사 중에 커다란 바위가 나온 것이다. 오래전 부지를 매입하던 때에는 흙으로 덮여있어 전혀 몰랐던 것인데 실제로 우리의 전원주택 부지는 바위산이었던 것이다. 건축물을 고정하기 위해 땅을 파고 들어가니 큰 바위가 나왔는데 산등성이 한 면을 차지하는 크기여서 도저히 중장비로 꺼낼 수준이 아니었다. 


결정이 필요했다. 바위를 폭파하거나 바위 위에 집을 짓거나.


건축 비용의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지는 바위를 폭파하는 것이었다. 얼핏 들으면 바위를 폭파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들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폭파는 공사 기간을 줄여준다. 앞선 이야기에서 여러 번 말했듯 시골에서의 공사 기간의 연장은 엄청난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그리고 폭파된 바위들과 파편들은 판매가 가능하다. 시골에서는 흙과 자갈에 대한 수요 항상 높은 편이다. 폭파된 바위 파편의 판매와 공사기간의 단축에서 얻는 기대 이익이 결코 적지 않다.


이에 반해서 바위에 집을 짓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중장비가 흙을 퍼내야 하고 막바지에는 바위틈 흙들을 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노가다’의 연속이다. 바위가 완전히 노출된 후에는 그 위에 중심과 균형을 잡는 공사를 해야 하고 집을 지어야 했다. 건축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총 건축 비용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로켓처럼 천정부지로 증가할 것이 뻔했다.


우리는 바위 위에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자연을 살려서 바위 위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었다.


돈이 더 들지만  바위 위에 집을 짓기로 선택을 한 것은 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우리가 전원생활을 결정하며 수도권이 아닌 남해안을 찾아 떠난 것은 바로 "날 것 그대로의 자연" 이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바위를 폭파시켜 그 안에 집을 짓는다면 수도권역의 획일적인 타운하우스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가 전원주택의 모델로 찾아 떠난 프랑스 지중해의 많은 별장들도 바위 산 위에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유럽 지중해는 화산 지형이라 바위산이 많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바위틈을 매워서 너른 앞마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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