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커다란 변화이다. 게다가 터전의 기반이 되는 전원 주택을 새로 건립하는 것은 삶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니 가히 귀농/귀촌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전원 주택 건립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미 여럿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전원 생활 꿈나무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전원 생활지를 선택할 때 분명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며 토지 매매 중개수수료만 거두어 가면 되는 소위 컨설팅 회사에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을 정보일 것이다. 시골에서 생활해 보니 많은 초기 이주민들이 하는 실수는 3가지로 요약된다.
길이 있어야 한다..
지방 부동산을 오랫동안 찾아본 분들이라면 반드시 들어본 말이 있다.
‘시골 땅은 길이 효자다’
토지에 길이 이어진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은 길이 구석까지 잘 닦여 있지만, 지방은 아직도 비포장 도로가 너무 많다. 지방에는 소위 ‘맹지’ 라고 말하는 길이 없는 토지가 정말 많은데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의미가 없다. 길이 없다면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그 땅은 재화적 가치가 거의 없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길을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덜컥 구입한다.
이런 정도의 비포장 도로라도 시골땅은 연결된 되어있다면 문제가 없다. 연결 유무가 중요하다. (출저:무료사진)
지역 개발 계획이 있다며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거나 혹은 인접한 땅의 소유주를 소개해 길을 열어주겠다는등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토지 매매를 권유하는데 침착하게 생각해 보길 조언한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펀드매니저 일을 하시는 분이 이웃 동네에 아름다운 작은 섬을 하나 샀다. 썰물 때는 육지와 이어져 길을 쉽게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길은 커녕 갯벌 때문에 섬에 들어가는 것 조차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시골 땅은 아직도 개인이 아닌 문중(오랫동안 그 지역의 특정 집안들이 공동 소유) 소유가 많아서 거래나 용도 변경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문중 가족이 모여 결정을 해야 하는데 묘지 이전 같은 사소한 문제에도 합의가 어렵다고 하니, 토지의 매매나 용도 변경을 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자리잡은 지역의 주변 토지도 A문중과 B문중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가 아닌 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전원 주택 역시 가까이 공공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건축이 가능했다
특히 국립 공원과 같은 특별 보존 지역에 속해 있는 토지를 매입했다면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기 위한 행정 절차도 복잡하다. 돈이 많다고 길을 낼 수 없다.
반드시 길이 연결되어 있는 땅을 전원주택지로 선정하라. 도시와 다르게 시골에서 새롭게 길을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지적도와 현황도를 파악해서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토목 공사와 축대 공사에 돈을 아끼지 말자
전원 주택 건립의 절반 이상은 토목 공사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토목 공사에 비교하여 주택 차제의 건립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적은 편이다. 지방은 수도권 근교처럼 타운 하우스 형태의 토지 분양이 없기 때문에 전원생활지로 시골을 선택한다면 토목 공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상하수도, 전력등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도 고려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골에서의 토목 공사는 매우 중요하다
.
산촌과 어촌의 주택건립지는 토대부터 튼튼히 해야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이미 토목 공사가 완료된 분양지를 받는 경우에도 대부분 추가적인 토목공사가 이루어지는우 경우가 다반사다. 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다 전망이 보이는 낮은 산등성에 집을 지었는데 7할 이상이 토목 공사였다.
특히 전원 주택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중요시 하는 전망이 좋은 토지는 십 중 팔구 언덕이나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토목공사를 잘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지방 토목공사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축대 공사이다. 미관의 목적도 있지만 허약한 축대는 지반 침몰과 건물 균열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시골에서는 돌 축대를 이용한 공사가 많은데 비용 축소나 외관에 집중하여 축대 공사를 소홀히 집을 지었다면 이후 끊임없이 보수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바위 위에 건립된 우리집은 토목 공사에 축대 공사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됬다. 본 사진은 항공 사진이다
주변에 미관에만 집중하여 축대 공사를 소홀히 한 건축물이 주변에 있는데 건축물 공사 중간에도 집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고는 했다. 지금은 숙박업을 해서 손님을 받아야 하느라 추가 공사를 진행하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축대 재 공사를 처음부터 진행하면 자칫 집이 무너지거나 쪼개져 버릴 수도 있어 고민이 많을 것이다.
도시의 아파트나 주택은 대형 건설사에서 토목 공사를 마치고 분양하기 때문에 입주민은 이런 부분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골은 정말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다. 분명 토목 공사나 축대 공사를 소홀히 하면 이후 보수 공사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형의 가치는 돈으로도 못산다.
우리집은 정말 많은 분들이 구경을 왔고 지금도 이따금씩 온다. 건립 이후에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 집의 일부를 공개 하진 했지만 그 전부터 주택 공사 중에도 호기심으로 구경을 오신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은 참으로 여러 질문을 하는데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땅값은 얼마인가요? 언제 샀나요?”
“집 짓는데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등등이다. 하지만 전원 주택을 잘 아는 고수(?)가 하는 질문은 따로 있다.
“어떻게 여기 이런 아름다운 곳에 집을 지었나요?”
이들은 십중팔구 건축관련업에 종사하거나 혹은 오랫동안 지방 땅을 보러 다니거나 전원 주택지를 찾아 다닌 이들이다.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전경에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그린벨트 혹은 자연환경 보존 지역이다.
보존 지역에서 건축이 가능한 토지 지역은 한정적일뿐만 아니라 건축물 건립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건물 완공까지 가기 위해서는 준수해야 할 법규도 많고 여러 관련 부처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허가가 어려운 지역일수록 이런 무형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많은 분들이 주변 땅값만 바라보고 무형의 가치를 잘 모른다. 상가의 매매에도 권리금이 있듯이 지방 땅에도 무형의 가치가 존재한다. 조망과 같은 자연환경도 있지만, 허가 및 관련 규제를 모두 통과한 지역이라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하고 있다.
시골의 폐가들 중에는 높은 무형의 가치를 가진 집들이 있다. (출처: 경향신문)
지방은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덩달아 폐가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정말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집도 있다. 만약 예를 들어 국립공원 지역에 있는 폐가이라면 절대로 이 집을 폐가라는 외부적 유형의 가치로 판단하지 말자. 해상 국립 공원 내에 새로운 택지를 개발해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반면에 폐가 택지는 기존에 집이 지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주택건립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무형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물론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할지는 매입자의 판단이다.
시골의 인구 소멸로 발생하는 폐가들은 전원 생활을 꿈꾸는 이주민들에게는 숨겨진 보석 같은 부동산의 가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