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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Mar 07. 2021

12_전원주책 건립. 동네 조폭을 아시나요?

도시 청년의 귀농이야기

시골에는 ‘동네 조폭’이라는, 도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가 존재한다. 액션 영화 속에 보는 칼을 휘두르는 극악 무도한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역이나 이권을 두고 다투는 동네 건달도 아닌 아주 특이한 부류이다. 

동네 조폭은 결코 이런 이미지가 아니다. 지역주민을 못살게 굴고 돈과 금품을 요구하는 동네 한량정도이다. 


이들은 지역주민들에게 민원을 걸어 피곤하게 만들고 우회적으로 합의금 형식의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어렵사리 비교해보자면 도시의 악성 민원인과 유사한데 조금 다른 점은 민원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고 집요하게 못 살게 군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골은 동네 조폭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민의 텃세부림과는 또 다르다.




토목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공사장으로 흰색 SUV차량이 한 대 올라왔다. 차량 상부에 빨간 경광등이 보이길래 구급차였다고 잠시 생각했는데, 가까이 보니 아니었다. 마치 해병대 전우회처럼 차량 양 옆과 뒷면에 굵고 빨간 글씨로 크게 ‘방범’이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차는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은 공사장 한 가운데 멈추어 섰고 아웃도어 브랜드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내렸다. 

동네 조폭이 타고온 비슷한 차량의 자율 방범대 사진을 가져왔다. (인용된 사진을 본 글과 관계없음)


그들은 지역 사투리를 강하게 섞어 공사 현장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었다. 자신들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전원주택 건립 현장에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지역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후 그들은 스스로를 지역 인터넷 신문사라고 소개했다. 지역 내 새로운 소식을 취재 하기 위해 왔다고 장황하게 이야기 했지만, 요점은 돈으로 수렴했다. 지역 신문사에 광고 혹은 기부를 하지 않으면 이 건축 현장의 불법적인 부분을 찾아내서 기사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집 짓는 내내 피곤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암묵적인 위협이었다. 



동네 조폭에게 지역으로 갓 이주한 귀농/귀촌인들은 돈을 뜯어내가 좋은 대상이다. 조용하고 평안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로 정착한 도시 이주민들은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종의 합의금을 지불하며 일을 마무리 하고 싶어하는데, 동네 조폭들은 쉽사리 한번에 물러나는 경우는 없다. 다른 요구를 하러 곧 나타날 것이다. 


시골에 살면 이런 플랜카드를 곧 마주칠 것이다. 지방지역의 경찰과 공무원들에게 동네 조폭은 꽤 피곤한 존재이다. (첨부 사진은 글의 지역과 관계없음)


동네 조폭의 흔한 부류는 지역 언론사이다. 우리가 정착한 지역은 인구가 4만명도 안되고 그마저도 대부분 60대가 넘어가는 초고령 지역사회였는데 주간 신문사 ‘XX일보’를 포함하여 지역 언론사가 무려 20개가 넘었다. 우리나라 법규상 2인 이상이 모이면 온라인 신문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니 작은 행정 자치구에 수많은 언론사가 있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


‘방범’ SUV차량을 타고 우리의 건축 현장에 온 그들 역시 동네 조폭과 다를 바 없었다. 일정한 광고금액을 후원하지 않으면 건립 주택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간결하게 거절했다. 만약 공사 과정에 불법적인 일었다면 올바르게 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이 언론사에 광고 후원금을 낸다면 다른 지역 언론사들이 차례로 올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언론사는 홈페이지에 우리집을 마치 불법 호화주택인양 기사를 올렸다. 이후 과련 부처 공무원들이 불법 건축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별 일은 없었다. 


또 다른 흔한 동네 조폭은 악성 민원인이다. 그들은 전원 주택 건립에 연달아 근거없는 민원을 제기하며 공사를 지연시킨다. 그리고 합의금을 주면 민원을 제기하지 않다거나 민원을 해결해 주겠다고 접근한다.

 

일단 민원이 접수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우선 중단해야 하는데, 시골에서의 건축 중단은 공사비용의 증가로 단박에 이어진다. 건축 관련 민원의 해결은 요식행위라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의 현장 방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하루이상 소요되고, 복잡한 문제라면 대중없이 몇 주가 흘러갈 수 있다. 법리적인 다툼을 요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몇 년씩 속절없이 흘러가는 법적 소송으로 확대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귀농/귀촌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들에게 합의금을 주는 대신 지역 공공기관을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안정을 위해  경찰서들도 동네 조폭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골의 동네 조폭들은 이주민만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다. 푼돈이라도 뜯어낼 수 있는 행위라면 무엇이든 하는 이들은 이미 원주민들도 넌덜머리를 내는 존재이다. 지역 관공서와 경찰서에는 오랜 유명인사(?)여서 공공의 적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들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해결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후 원주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부디 동네 조폭 때문에 전원 생활을 포기하기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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