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의 귀촌이야기
귀농하는 부모님의 집을 짓는 것을 돕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프랑스에서 한국에 돌아오니 모두가 나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지중해에서 본 데이비드 베컴의 별장을 지을 기세였다(1회, 2회 내용 참고)
“거기가 어딘데?”
…
“정말 거기에 집을 짓는다고? 조선시대에 유명한 유배지였다던데..”
귀농귀촌의 여러 지역들을 저울질하고 결국 그곳으로 결정을 하자 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놀랍다'였다. 부모님의 귀촌으로 선택한 지역은 조선시대의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로는 지형이 복주머니처럼 생겨서 한번 들어가면 도망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 지역은 과거 깡패와 건달들이 모여 서열을 정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 지역의 1등 주먹이 곧 전국구 1등 주먹으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부모님께서 그런 향수를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귀농을 결정하신 것만은 아니다. 고질적인 신경통으로 고생하셨던 부모님께서는 은퇴 후 항상 건조하고 따뜻한 지역에서 살고 싶어하셨다. 귀농으로 선택한 지역은 전국에서 일조시간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여러 종류의 발효음식이 별미이고 현재는 태양광 발전 부지가 많이 생기고 있다. 평야와 바다가 같이 있어서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고 청정지역이라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수 마을이다. 노년을 보내기 참 좋은 곳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고향이라 당신들이 잠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러하든 저러하든 부모님이 귀농하시기로 한 그곳은 현재는 유배지도 아니고 물 맑고 따뜻하고 공기 좋기로도 유명했으니 귀농귀촌의 환경적 측면에서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정말 멀고도 먼 시골이다. 나는 깡 시골이라 하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배경인 인민군도 UN군도 모르는 강원도의 험준한 산들 사이사이를 생각했는데 이 곳을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거진 산이 없어도 깡 시골이 존재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이 곳에 한 번 놀러 적이 있다. 해수욕을 할 수 있다는 기대로 아침에 출발했는데 차로 7시간, 배를 기다리고 타는 시간 2시간, 다시 차로 1시간을 거쳐 도착 즈음에는 해가 지고 시커먼 바다만 바라보며 눈만 꿈뻑거린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도 해수욕을 다음날 해야 할 정도로 먼 곳이었다. 지금은 뭍과 다리가 연결되어 조금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정말 멀다. 왜 조선시대에 손꼽히는 유배지였을지 이해가 간다.
조선시대에 유배 온 사람들이 수없이 쓰러졌을 이 땅에 데이비드 베컴의 지중해 별장을 모델 삼아 집을 지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곳에 서서 혼잣말을 해보았다.
“유배지의 기운일까? 데이비드 베컴의 기운일까?”
어떤 운명이 내 앞에 있을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