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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Jul 19. 2020

4_전원생활을 원한다면 양평으로

도시 청년의 귀촌이야기

우리가 처음부터 머나먼 남쪽 오지를 전원 생활지로 택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양평이 우선 선택지였다. 양평은 땅값이 비싼 편이지만 전원생활을 하기에 정말 좋은 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서울과 가깝다는 점이다. 도시와의 높은 접근성은 단순히 지리적 이점 이상이다.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느낀 세 가지 커다란 장점을 공유해본다.


첫째, 지역 원주민의 텃세가 없다. 원주민들의 텃세 부림은 유유자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이주한 도시민들이 현지 정착에 실패하는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다. 지역 공동체에서 이주민에게 마을 길을 막고 통행료를 요구하거나 마을 회관에 기부금 요구를 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누구의 잘못이라 콕 집어 말하는 건 옳지 않지만 지역 공동체의 텃세는 생각보다 집요하고 심각한 건 사실이다.


지역 공동체와 원주민의 텃세는 귀농귀촌의  현실적인 큰 걸림돌이다.  출처: EBS 다큐 시선


하지만 양평지역은 이런 사건이 드물다. 원 주민보다 도시에서 온 이주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지역의 주도권을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다. 양평 이주민들의 상당수는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에서 넘어왔는데 그들의 평균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높다. 최근에는 초중등 공교육 기관의 환경도 점점 개선되면서 양평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지역 사회의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의 유입이 지역의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원주민도 알고 있다.


둘째, 공무원들이 이주민에게 친절하다.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니 국민들에게 친절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시골에서는 공무원들이 소위 절대적인 ‘갑’이다. 시골에서는 경제 활동 대부분이 지역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다. 지역 경제가 농수산업 및 목축업인 지역은 더욱 그렇다. 말뚝 하나를 박으려 해도 여러 부서의 공무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지역 공무원들은 부서와 관리 지역만 바뀌지 다른 행정 구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 번 “찍히면” 그 지역에 머무는 내내 피곤해진다.


지역 사회에서 공무원은 "원님" 정도의 위치다. 군청의 계장이 S전자의 부장 정도의 권한이라고나 할까...


반면 양평군은 도시 이주민의 편의를 도모하여 군내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평군의 큰 그림은 인구수를 늘려 양평‘시’로 승격하는 것이다. 시로 승격되면 중앙 정부에서 얻는 혜택이 상당하고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시행 가능한 정책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양평군은 군내 인구의 증가를 빠르게 하기 위해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려 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관련 담당 공무원들도 많고 이주민의 정착 관련 민원이 빠르고 능동적으로 처리되는 편이다.


셋째, 양평군의 상당 지역은 그린벨트와 상수원 보호 구역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발 제한 구역이 많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단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소위 ‘물’ 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양평은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상수원인 한강(북한강과 남한강) 상류를 감싸고 있다. 때문에 절대적인 보호 구역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모이는 양펑에서의 수질 관리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식수 관리와 직결된 문제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가축 배설물 냄새가 나는 목축업자도 거의 없고 오폐수를 배출하는 공장 시설물도 적다. 청정한 양평을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것인데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은 낮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보면 양평의 가치는 쉽사리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선술한 장점들은 양평을 다니며 느낀 개인적인 장점이고 사람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은 양평을 떠나 우리는 남쪽 바다로 갔다.


무엇보다 겨울이 길고 춥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가족들은 추운 곳을 매우 싫어한다. 우리의 양평 전원 주택지는 산등성이 계곡 옆에 있었는데 겨울 기간이 서울보다 2달 정도 더 길었고 평균 기온도 5도 정도 낮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바람도 날카로웠다. 바람만 내려온 게 아니었다. 고라니와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들도 종종 내려왔다. 사람들 기척이 더 있고, 더 따뜻한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다. 평풍 같은 산도 좋았지만 펼쳐진 바다를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양평의 부지는  들어가는 길이 좁고 불편했다. 비포장 도로가 많아서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면 차량 바퀴가 빠지기도 했다. 집을 짓고 공사를 위한 물자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양호한 도로 상태가 필수이니 주택 건축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양평은 전원 주택지로 정말 좋은 곳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1년 내내 살기에는 주관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얼마 전 다시 그곳을 방문해 보니 길은 좋아졌고 이주민도 많아졌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고 깨끗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기반 시설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대안으로 우린 따뜻한 남쪽 지방을 전원 생활지로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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