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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Jul 23. 2020

5_바다 전망 전원 생활을 꿈꾼다면

도시 청년의 귀촌이야기

바닷가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그려보는 전원생활이 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모던한 집. 아침에 일어나서 하얀 이불속을 나와 커튼을 열어 젖히면 액자창이 있다. 창 너머에 반짝거리는 바다가 있다. 따스한 햇빛과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영화 <건축학개론> 여주인공 서연의 집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낭만적인 전원주택이다. 아름다운 사연까지 담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영화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의 집. 바닷가 전원생활을 꿈꾼다면 모두가 바라는 모습니다.


분명 이런 멋진 여유와 편안함은 바다가 보이는 전원생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우리 일상의 매 순간이 영화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잠시 꿈을 벗어나 현실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원주택지를 고려해야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면 아무 곳이나 택지를 정하고 건축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건축학개론>의 아름다운 모습은 잠시 뒤로 하고 바닷가 전원주택지를 찾아 나서는 분들을 위한 매우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조언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단언컨대 지역 부동산에서는 듣지 못할 이야기일 것이다.


첫째, 바닷가의 전원 주택지는 해가 잘 들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바다조망만 생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가능하면 남향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니 동향과 서향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좌우지간 해가 잘 들어야 한다.

 

일조권은 도시에서 집을 구할 때도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런데 똑똑한 사람들도 바다 조망권만 생각하다 일조권을 깜빡하는 실수를  종종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당연히 구매자들에게 해가 중천에 뜬 시간대에 매물을 보여준다. 구매자들은 대낮에 따스한 대지와 푸르른 바다 모습에 반해 덜컥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 이사를 와서 깨닫는다. 하루의 절반을 어둑어둑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맑은 날의 바다 조망의 전원 주택지.


바닷가는 택지의 방향에 따라 체감 일조 시간이 매우 다르다. 지형에 따라 해가 지면 스산한 바람이 계속 지나가거나 머무르는 곳도 있다. 우리 집의 경우 동남향을 바라보고 있어 한 겨울에도 난방을 안 할 정도로 햇살이 따뜻하지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웃 택지는 겨우내 스산한 바람이 가득하다. 해가 지고 나서야 바람 길은 느낄 수 있다. 전원주택지를 구입하기 전에 일조권을 꼭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해지고 나서 한번 방문하는 것이 좋다.


햇볕은 쾌적한 전원생활 환경 유지에도 중요하다. 수분과 염분을 머금은 바닷가의 토질은 직사광선을 받아야 마르고 부드러워진다. 바닷물이 잘 안 빠지는 물웅덩이가 많고 습한 땅에서는 해충도 많기 때문에 여름에는 모기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비 내리는 날에는 바다 냄새도 많이 나는 편인데 여행 때 감상하는 가벼운 짭조름함이 아닌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갯벌이 있는 바다는 냄새가 더 심할 수 있으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안개가 자욱하고 습한 날의 바다. 일 년에 절반 가까이 해무가 앞을 가리는 지역도 많다.


따라서 바닷가 주변에 전원 주택지를 찾을 때는 햇살이 충분한가 와 함께 비 오는 날 어떤 환경인지 꼭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바다 양식장이 가까이 있는 지역은 피해야 한다. 이전 글에서 전원 주택지로서 양평을 이야기할 때 장점으로 목축업 사업자가 적은 점을 꼽았다. 해안가 마을의 전원 주택지에서는 양식장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양식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오폐수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양식사업은 어업을 하는 원주민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라 새로 이사온 이주민들이 해양 오염 관련 민원을 제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양식장이 많은 남해안 지역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남해안과 서해안은 바다 양식장이 많다.


마지막으로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거나 바다가 너무 가까운 곳은 피해야 한다. 해안선이 가까이 보이는 지역은 바다가 잘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니 카페로는 좋을지 모르나 생활을 감싸주는 집으로서는 큰 장점이 별로 없다.


특히 풍수해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1년에 몇 번 태풍이 지나가는데 재수 없으면 집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침수에 취약한 해안가 마을은 장마나 태풍 때마다 주민 대피령이 발령되기도 한다.


바닷가가 아닌 길 건너 마을이 모여 있는 이유가 있다.


태풍이 불면 바닷물이 넘어오는 것은 당연하고 더욱 무서운 것은 바람이다. 해안가에 가까울수록 바람이 강한 편인데, 우리집 건너편 해안가 옆에 지어진 건물(심지어 유명 건설 대기업이 지은 3층 정도의 건물이다)은 지난가을 태풍 때 아예 외벽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바닷 마을에서 태풍 때 나무가 꺾이는 일은 흔하다. 지난 태풍에 우리 집도 주변에 있던 이만한 소나무가 꺾였다.


집을 튼튼하게 짓더라도 바람에 꺾인 나무나 해안가의 돌들이 날아와서 유리창을 깨지는 사고는 막을 방도가 없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역을 전원생활지로 선택한다면 보험을 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바닷가의 전원생활은 내륙의 전원생활과는 또 다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아름다운 바닷가 전원주택은 영화 속 장면으로 기억하자. 물론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간도 있지만 전원생활은 삶의 터전이 변하는 큰 사건이다.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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