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과 여행 그리고 삶
비행을 시작한지 어느 덧 7년째.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비행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었다.
매 달 로스터를 받아볼 때 그 두근거림과 설레임.
뉴욕 비행은 쉑쉑버거와 센트럴 파크를 의미했고
방콕 비행은 팟타이와 타이 마사지를 의미했으니까.
비행 전에 잔뜩 설레여서는 도착 후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 지 찾아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비행하고, 여행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새 내 7년이라는 시간은
안개처럼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물론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분명 더 나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5000시간의 비행은 나를 인내심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낯선 공간에서 혼자 보내야 했던 셀 수 없는 밤들은 나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7년이라는 시간을 정착해서 보냈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성취감과 배움들이 못내 아쉽다.
이제는 낯선 곳에서도 평소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싱가폴에 가서도 운동을 다녀오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도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고 해본다. (죽을만큼 피곤하지 않을때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도 나는 이제 내 시간을 공중에 흩뿌리지 않고 최대한 의미있게 채워보려고 한다. 7년 후에는 내공이 꽉 찬, 아쉬움과 미련이 없는 7년을 보낸 균형 잡힌 삶을 살아온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