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4일째, 가택연금 3일째.
첫날 타이페이 턴을 불려서 다녀오고 둘째날, 셋째날 용케 안불리다가 넷째날, 가택연금 당한지 3일째 타이페이 오버나잇에 불렸다.
홍콩에서 타이페이 구간은 짧으면 한시간이 채 못 될 때도 있고 길면 한시간 반이 걸리는 가장 짧은 노선이다.
그 짧은 시간안에 서비스를 마쳐야하니 만석일 때는 정신없이 바쁘다. 오늘은 다행히 만석은 아니고 비행 시간도 1시간 20분으로 넉넉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서비스가 모두 끝나고 밥 먹을 시간까지 났다. 타이페이 구간에서는 밥 먹을 시간 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정신없이 일 하고 나니 딱히 입맛이 돌진 않아 과일 조각 몇개를 우물거리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 보았는데 세상에나, 놀랄만큼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있었다.
퐁신퐁신 하얀 양떼 구름 너머로 빨갛게 지고 있는 오묘한 빛깔의 석양.
가끔 비행하다 무심코 창 밖을 내다 보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면 로또 맞은 것 처럼 피로가 싹 가시고 웃음이 나온다.
언어가 잘 안통하는 승객들과 한참 씨름한 후에도, 끊임없이 콜벨을 누르시는 승객들과 부대낀 후에도, 이런 아름다운 광경 한방이면 무슨 자양강장제라도 먹은 것 처럼 피로가 한방에 날아간다.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헬렌에게 창 밖 한번 내다 보라고 얘기 할까 하다가 "어제도 봤는데 그게 무슨 대수야"라는 반응이 나올까 싶어 식사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나 혼자 멋진 광경을 마음껏 즐긴다.
처음 보았을 때는 색다르고 멋지고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자주 보면 일상이 되어 버려 그 의미가 퇴색되고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멋진 하루라도 본인에게는 그저 그런 심심한 하루가 되어버리겠지.
그저 그런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감탄하는 연습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아직도 저절로 감탄이 나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