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밍 Nov 16. 2019

[비행일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는 방법

"Excuse me, sir! Could you please return to your seat? We are landing now! It's dangerous! 손님! 자리로 돌아가주시겠습니까? 저희 비행기 지금 하강중이라 위험합니다!" 10시간의 길었던 오클랜드행 비행이 끝날 무렵, 크루싯에 앉아 이제야 한숨 좀 돌리겠다 싶을 때 쯤, 화장실을 향해 성난 코뿔소처럼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오는 승객을 향해 나는 다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비행기는 이미 땅을 향해 머리가 시소처럼 기울어져 있었고, 지금 승객이 화장실에 들어간다면 선 채로 착륙의 임팩트를 맞이하게 될 것이 뻔했다. 나는 기를 쓰고 그를 말렸고, 그는 기를 쓰고 화장실에 가려한다. 회사 규정에 충실하려는 자와 자연의 부르심에 충실하려는 자,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I..I want to vomi....(저, 토할 것 같....)" 말을 차마 다 마치지 못한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 버린다. 자연의 부르심이 당연히 승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애먼 문만 계속 두드리고 있다. 그 때 도어 3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도어 1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무장에게 전화가 왔다. "리앤, 그 승객은 어쩔 수 없고 위험하니까 넌 일단 앉아."


결국 비행기는 승객을 화장실 안에 품은 채로 착륙했고, 착륙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그 승객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착륙은 참기름 바른 떡이 목구멍으로 꿀떡 넘어가듯 부드러웠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마침내 승객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 모든 다급했던 상황과 매우 곤란한 내 표정을 좌석벨트에 꼼짝없이 묶인 채로 하나도 빠짐 없이 낱낱이 지켜봐야만 했던 100명의 다른 승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 승객을 환영해주었다. 민망해진 그는 아까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비슷한 잰 걸음으로 빠르게 자리로 돌아갔고 그 때까지 승객들의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내 맞은 편에 앉은 파란눈의 승객과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동시에 "푸핫!" 하고 청량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전 14화 [비행일기] Give and tak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