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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밍 Nov 13. 2019

[여행일기] Winter in Milan

12월의 밀란은 예상보다는 춥지 않다. 추울까봐 목도리에 코트에 완전 무장하고 나왔는데 회색빛 구름 뒤에 쉬고 있던 해가 반짝 나온 짧은 오후에는 나의 빨간 목도리가 거추장스럽다.


12시간반의 장비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는 왠지 모르게 각성상태다. 오랜만에 오는 밀란에 들떠서일까. 호텔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쇼핑몰까지 훨훨 날아갈 기세다.


겨울비가 왔었는지 물기가 촉촉하게 스며든 땅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가 밀란에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오래된 건물의 창가마다 장식되어 있는 초록빛 식물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인 빨간 장식으로 가득한 쇼핑몰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My favorite things 이다.겨울에 유럽비행이 나오면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달뜬 기분이 되곤 한다.


거리를 따라 쭉 늘어선 조그만 오두막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잎새들, 빨간색, 금색, 은색 구슬과 리본들로 장식되어 있고 그 오두막집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을 것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한창 팔리고 있다. 밀란의 크리스마스 오두막에는 펠트로 직접 만든 것 같은 가방, 모자, 앞치마, 예쁜 그릇들, 멋들어지게 포장되어 있는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 각종 향신료들이 가득하다.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불렀던 My favorite things의 가사에 "추운 12월 밀란의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의 오두막 속 예쁜 드레스를 입은 주인장"을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다.


먹거리를 파는 오두막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 나의 점심식사는 절인 양배추를 곁들인 유럽식 핫도그다. 오두막 옆 의자도 없는 간이 테이블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핫도그 하나를 뚝딱하고 장을 보러 나선다. 모짜렐라 치즈, 레드 와인 한병, 레몬 한보따리와 웨하스 과자 한팩을 사들고 한쪽 손에는 바게뜨 빵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오늘만큼은 밀란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 된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내 손에 들린 커다란 빵을 보고 내가 밀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주길 바라며 호텔로 돌아가는 길.회색빛 겨울, 밀란의 주택들 창문가에 매달려 있는 초록빛 식물들은 다시 봐도 마음 설레게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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