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을 직접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팔이 응당 있어야 할, 그러나 지금은 비어 있는 그 부분을 쳐다봐도 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갑자기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키바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반기며 현관 문 앞에 서 계셨다.
91살의 아키바 할아버지는 23살의 나보다 더 또렷하고 생생한 기억력을 가지고 계셨고, 한 팔의 아키바 할아버지는 두 팔을 가진 나보다 더 의욕적이고 즐겁게 생활하고 계셨다. 나는 매 주 한번씩 아키바 할아버지네 놀러가서 히브리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도 많이 빠져서 알아듣기 힘든 발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만나는 시간이 좋았다.
아키바 할아버지는 팔십 몇세때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으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이미 꽤 되신 것 같았고 자녀들은 따로 살고 있었는데 91살의 할아버지는 한쪽 팔로도 웬만한 집안일은 다 하시며 씩씩하게 살고 계셨다.
어느 일요일, 나는 혼자 키부츠 안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놀러온 손녀를 그네에 태우고 한팔로 그네를 밀어주시던 할아버지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환하게 웃어주시던 할아버지. 그렇게 행복한 미소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히브리어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되도 않는 돌덩이 쿠키를 구워갔을 때 몇 개 안 남은 이로 그 딱딱한 쿠키를 힘차게 베어 무시고는 “음! 맛있어!” 하시던 아키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정말 멋진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이것이다. “하나님이 왜 팔을 두 개를 주셨는지 아니? 한쪽팔은 여분이거든!”
팔 하나가 여분이라고 생각한다면, 팔 하나쯤 없어져도 문제 없다. 나머지 하나는 그냥 보너스 같은거니까, 있으면 감사하고 좋은거지만 없어져도 남은 하나로 충분하다.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할아버지의 저 말씀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때때로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없을 때, 하나의 팔로도 씩씩하고 의욕 넘치는 노년의 삶을 보내시던 아키바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두 팔을 가지고도 무기력하게 있는 젊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