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너를 들었다 놨다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발목이 부어 모래주머니를 단 듯
뒤뚱뒤뚱 걷는다
모든 일에 감정이 앞서 성큼성큼 헐렁헐렁 해대는 나를
진득하고 차분히 만들어주는 걸음이구나
순간을 천천히 걸어도 큰일 안 나요 하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너의 무게를 들고 있자면
내일은 더 훌쩍 커버리고
몇 년 지나면 훌쩍 철이 들어버릴 거 같아서 무섭다
그때가 되면
네 보폭에 맞춰 순간을 천천히 성실히 살아왔는데 그럴수록 생은 더 빨리 지나갔구나 하고,
이제야 지혜가 생겼는데 벌써 삶의 끝에 다다랐구나 하고,
여지껏은 연습이었고 이제 실전이구나 할 때 즈음
다리에는 걸을 힘이 없구나 하고 먹먹하려나
무지한 젊음은 모든 것에 빠르지만
지혜가 충만한 노인은 몇 발 내딛는데도 반나절이 걸린다
나도 운이 좋아 지혜란 게 생기고
걷기에는 너무 늙었을 때 즈음
내 인생에는 정말
기다림만 남을까?
발목이 부었다고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는구나
잘 자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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