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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구 Nov 02. 2019

휴일의 청소

아기가 찡그리면

숟가락 줄까

아 엉덩이가 축축했구나


달려가 구연동화하듯

마음을 읽어준다



오늘은 휴일


남편에게 아기를 산책시키고 오라 맡기고

늘어져있는 집안을 치운다


더러워진 그릇들은 흐르는 물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늘어진 바닥은 주어 담고 닦아내 아무것도 없던 모습으로

엉켜있는 이불은 잘 펼쳐서 언제 구겨졌는지 모르게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누구나 언제나 환영하는


엄마라는 사람의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내일 다시 벌어질 풍경에서 잠시 멀어져 본다


그릇들처럼

구겨진 이불처럼

오줌 꽉 찬 기저귀처럼


내 마음

치우고 갈고 정리할 것들 한가득인데


눈 뜨면 몰려오는

사람의 자취


남편 지나간 자리 아기 머무른 자리에

살아온 길이 흐려진다


무얼 잘했나

무엇에 생기 있었나


누가 물어봐주기 전에는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깨어나지 않는

지난날을


잠시 눈을 감고

되짚어보다


잠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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