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 두려움없이 질문하기

이정동의 <최초의 질문>을 읽고

by 책선비

작년 6월 21일에 오후 4시,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향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1조 9572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한 지 12년 3개월, 1992년 국내 첫 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지 30년 만에 자체 기술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에 무엇이든 보낼 수 있는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된 것이다.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투입확인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환호하며 눈물을 짓던 연구원들의 모습도 보도되었다. “숱한 시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평가에서 이들의 연구와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우주 기술 뿐만 아니라 4차 혁명 시대에 AI와 로봇, 인터넷 등에서도 이와 같은 성과를 얻을지 궁금해진다. 기술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이정동 교수의 <최초의 질문>(민음사, 2022)은 혁신적 기술을 가진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통하여 ‘최초의 도전적 질문’의 중요성을 담아낸다. 총 6부로 구성되어 ‘최초의 질문’에 대한 개념과 필요한 환경, 4차 산업과 앞으로 변화, 기술 혁신을 위한 국가의 역할 등 기술 선진국으로서 갖춰야할 영역들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로서 최신 이론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현 상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 전망 등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제시한다. 혁신 기술의 생생한 사례들과 연구 분석을 통해 실제적인 대안들을 제안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해결자라는 프레임에서도 벗어나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화이트 페이스’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라고 한다.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그리고 힘겹게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질문을 수정하면서 창조적인 축적과정을 쌓아야 한다. “이제 모방이 아닌 창조, 추격이 아니라 개척을 통해 화이트 페이스에 길을 만들어야”(p.43)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에 만족하고 잘 닦여진 선진국의 길이라도 잘 가겠다는 생각부터 바꿔야하지 않을까.

책은 질문하는 리더쉽을 강조한다. 저자는 리더가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리더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분투하는 사람을 비전을 주”(p.129)는 사람이다. 실제로 획기적인 기술 개발 이면에는 리더들의 질문들이 있었다. 전자계산기를 생산하던 일본 비지컴 코지마 요시오 대표가 인텔에게 던진 “저장, 논리연산, 제어를 같이 수행할 수 있는 칩을 만들 수 있습니까?”(p.48)라는 엉뚱한 질문이 CPU 개념적 기초가 되었다. 또한 “1단 로켓을 다시 쓰면 어떨까?”(p.89)라는 일론 머스크의 질문도 현실과 맞지 않은 천진난만한 내용이었지만 현재 최고의 우주탐사기업이 되는데 시발점이 되었다. “리더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시도를 하는가"에 따라 구성원들의 “도전의식과 끈기가 두 배로 늘어났”(p.129)다는 연구결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혁신적 기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최초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해야하는데 그 비용을 투자만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이폰과 우주 개발, 코로나 백신 등 국가의 지원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많다. 또한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상상을 넘는 질문을 하고 새로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는데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정 지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시험해보고 실패했어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며 무모해보이는 꿈과 도전을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윤 추구가 우선인 기업은 이런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 국가가 주도하여 이끌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평생학습 체제”(p.145)로 바꾸지 않으면 기술혁신 시대에 우리가 설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국가가 전문가의 이런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하여 변화를 이끌었으면 한다.

<최초의 질문>은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어떤 인식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전문적 용어와 새로운 내용이 어렵지 않게 기술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다. 우리에게 익숙한 혁신 기업의 성공 사례와 뒷이야기는 흥미를 끄는 동시에 삶의 적용점을 주기도 한다. 혁신이 필요한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어떤 방향과 노력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기업가와 직장인 뿐만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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