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성민 노무사 Sep 29. 2021

8. 배신당하지 않기 위한 보안

사내 보안과 신뢰의 문제

https://www.youtube.com/watch?v=LAhWTqmqRNA


저는 좋좋소 8화를 보면서 좀 마음이 복잡해졌는데요. 제품 샘플과 회사 부식이 없어진 걸 안 사장님이 굳이 몇 만원짜리 CCTV를 "비싸다"면서 안 사고 결국 이 과장의 회사 비품 횡령을 잡아내놓고 "내일 봐"라고 하는 걸 보면서 '미워할 수 없는 꼰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국 사장님의 "사내 보안"과 경비의 최고 목적은 "배신당하지 않는 것"이란 점에서, 뭔가 뭉클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우리 회사 생활에서도 보안이라는 것은 사실 그렇습니다. 사내 보안의 문제는 외부로부터의 침입보다는 내부로부터의 유출을 더 염두하고 조심하는 게 보통입니다. 결국 "신뢰" 문제때문이겠죠.


회사라는 조직 공동체 내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

사내 보안에 대한 노동의 이야기는 바로 "믿음"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1. 사업장 내 CCTV 설치와 법적 문제


이미나 대리는 CCTV 없냐고 하고, 이과장은 캡스 같은 거 달면 안되냐고 하지만,

정필돈 사장은 경비견을 키우자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사업장 내 CCTV 설치는 노동법, 형법, 개인정보보호법 상 꽤 많은 쟁점들이 연계된 사안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경우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동조 제1항은 법령에 구체적으로 허용한 경우와 범죄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공개된 장소에서의 CCTV 설치 및 운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조 제2항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CCTV 설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라고 한다면 CCTV의 설치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의해 정보주체인 근로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특히 회사가 근로자의 동의없이 CCTV를 감시용으로 사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의한 신고가 가능합니다. 아울러 CCTV가 직원 감시용도로 변질되어 과도한 간섭이 이뤄졌다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 20조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들고 있지요. 어쨌든 근로자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수적입니다.

(30인 이상 사업장부터는 노사협의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다만 판례는 CCTV 자료를 근거로 징계해고한 사건에 대해 최근 근로자 패소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설사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더라도 증거로 채택할 수 있고,  CCTV 자료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증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대법원 2021.7.21. 선고 2021다229908 판결)


사실 사업장에 CCTV 설치를 하여 이를 '직원 감시'에 활용한다는 건 조직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십상입니다. 어쩌면 사장은 '조직 분위기'를 고려한 걸 수 있겠습니다. 아래의 이과장을 혼내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는 정말로 그랬던 것 같아요.


2. 횡령,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회사 내부 인원의 횡령은 조직 내 동료간, 그리고 상하관계에서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중대한 신뢰관계의 훼손을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못 믿는 사람한테 앞으로 어떻게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


버스 운전기사가 잔돈통에서 500원을 꺼내 커피와 장갑을 샀고, 사업주는 이를 이유로 기사를 징계해고 했습니다. 기사는 징계양정이 과하다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가인 회사의 경우는 소액의 버스요금을 수입원으로 하여 존립하는 이상 사소한 금액이라도 이를 소홀히 할 수 없고, 또한 운송수입금의 관리를 버스운전사에게 일임하고 있는 탓으로 버스 요금을 직접 징수하는 운전기사가 이를 유용할 경우 그 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노사간의 신뢰를 치명적으로 해치며, 회사 경영에도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되고, 더구나 그와 같은 사정을 노사가 인식하고 CC-TV를 설치하면서까지 운송수입금 유용을 감시하는 한편 운송수입금 유용이 밝혀진 경우 그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10원이라도 유용한 경우는 모두 면직하기로 구체적으로 합의한 이상 그와 같은 합의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유용한 금액이 비록 적다고 하여도 참가인 회사의 징계규정 및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원고를 면직한 참가인 회사의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할수는 없다 할 것이다. (서울고법99누15909)

"10원이라도 유용한 경우는" 이라는 말이 우리 법원이 아주 작은 소액의 횡령이라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운전기사를 징계해고한 회사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되었죠. 특히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에는 '금액의 정도'가 포함되지 않기에, 극단적인 소액이어도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 성립이 가능하고요. 따라서 "원고가 운송수입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것은 그 액수의 다과를 불문하고, 피고에 대한 위와 같은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위반행위"(광주고법 2015나102250) 라는 판단이 가능한 것입니다.


다만 회사의 돈이 아닌 '비품'의 횡령은 '징계해고'의 경우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쨌든 징계는 당연히 가능하겠죠.



사실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은 가끔은 직장생활의 묘미 내지는 참기 어려운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확횡으로 소확행을 추구한다."는 건,

사실 인사관리 측면에서 보면 조직시민행동(OCB)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조직임을 의미합니다. 삭막하고, 조직몰입이 잘 되지 않는 조직이기 십상인거죠.


몰입할 수 없는 조직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조직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내 시간, 내 인생의 낭비 그 자체인 조직입니다.


사내 보안에 신경쓰는 것은,

어쩌면 서로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회사라는 조직이 할 수 있는 불가피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합니다.


- Fin




노동법 관련 내용은 공인노무사의 개인의견이므로 해당 내용을 공인 노무사의 조언없이 활용했을 경우 노무사에게는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법령 내지 판례의 적용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해석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본인의 상황과 관련된 글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구체적인 사항은 노무법인 등에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전 07화 7. 사장은 왜 선물을 저렇게 줬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