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9화만에 드디어 나온 백진상 차장.
보면서 약간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백진상은 돈 아끼는 사장이 일식집까지 델코가서 러시아 출장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고,
사실 아무도 챙기지 않았던 조충범의 역량향상에 대해 "무역"과 관련한 본격적인 코칭을 해주려고 한 것도 백진상이었죠.
그럼에도 이미나 대리는 그를 "개새끼"라고 욕하고,
이과장도 백 차장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나는 조직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조직 구성원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사람은 더 삐뚤어지게 됩니다.
사장이 "장 과장과 같이 하자."라고 했을 때 백 차장이 마뜩치 않아 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해주지 않는 사장에 대한 실망과 뒤틀린 인정욕구가 보이는 거죠.
거기서 개새끼는 더 개새끼가 되곤 합니다. 놀랍고 슬픈, 그리고 무서운 일이죠. 보통 깨닫지도 못하니까.
백진상은 자신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조충범을 갈궜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압존법을 쓰네 마네 하면서 폭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구성요건을 좀 더 구분해볼까요?
1) "사용자 또는 근로자", 즉 사용자 외에 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르는 사람일 수 있죠.
2)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합니다.
: 지위는 몰라도 "관계 등"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죠.
3) 우위를 이용하는 동시에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 도대체 "적정범위"란 무엇일까?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4)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쟁점, 다툼이 될만한 것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실무적으로 고용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매뉴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매뉴얼 링크)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면 사용자는 법에 정해진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취업규칙이 있는 회사는 취업규칙에 사내 해결절차 등 괴롭힘 예방과 조치에 관한 사항을 두는 게 원칙이므로, 사내 해결절차를 따르는 것을 우선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거나 또는 동법 제76조의 3에 규정된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위반하면, 동법 제109조나 제116조에 의한 벌칙이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을 위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도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최근에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취업규칙이나 기타 사내 해결절차가 없다면? 그때는 고용노동부에 직접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 내지 진정하면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에 행정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안 "누구든지" 신고가 가능합니다. 이는 꼭 신고의 주체가 당사자(피해자)에 국한되지 않는단 소리입니다. 조충범에 대한 백진상의 괴롭힘을 이미나 대리나 이길 과장이 신고할 수 있단 뜻이지요.
사실 이 직장내 괴롭힘은 조직에 꽤 많은 리스크와 비용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조사 실시"를 해야 하므로 이때 전문적 역량을 갖춘 외부위원을 조사에 참여시켜야 함은 물론, 그 이후에도 사실은 조직 내 갈등이 잠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장 내 가해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정합니다. 백진상도 아마 그럴껄요?
"나도 모르게 어느새 되어 있는 개새끼"란 '설계'에 가해자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만약 괴롭힘에 의해 징계까지 받을 경우, 이를 다시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회사 입장에선 진퇴양난이죠.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이런 문제는 사실 노동법보다는 인사관리 측면에서, 조직문화진단 등을 통해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백진상과 같이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산정해야할까요?
근로시간의 산정은 연장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출장 등으로 인해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즉, 출장 다녀온 사람은 통상 자신의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봅니다.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는 원칙적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용자의 지시에 의한 휴일 업무 수행이 명백한 경우나, 지역 간 이동 소요시간을 포함해 출장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에 초과근무가 필요한 경우엔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수당이 지급될 순 있겠습니다. (행정해석 근기68207-2675, 2002.08.09)
아울러 행정해석은 출국이나 귀국 또는 현장 간 이동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도 임금은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통상임금만 지급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해지 125-19467, 1982.7.14)
(물론, 행정해석은 법원성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정해석은 입법이나 법원 판단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결국 백진상 차장은 러시아에서 얼마나 일했든지 관련없이 국내에서 인정받았던 소정근로시간 (아마도 1주 40시간, 월 209시간) 의 통상임금만 지급받았을 것입니다.
백진상 차장 입장에서는 욕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판로는 순 자기가 다 개척했는데, 사장이 자기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것도 아니야, 직원들은 자기 별로 고운 눈으로 안 봐, 신입 직원 육성도 본인이 하는데 좋은 소리도 못 듣고.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내가 개새끼였던 건", 그게 우리네 삶, 우리네 조직생활에선 또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나 직장 내 소통, 직장 내 괴롭힘은 내 위주로 이해해선 안됩니다.
고전적이지만 타인의 말과 몸짓을 경청하는 것, 그것이 억울한 "개새끼"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예방책이 아닐까 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