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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Apr 29. 2024

甲辰年 戊辰月 네 번째 기록

[주간단남] 4월 4주 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4.04.24 (수) 


(..)

이것도 동시성이라면 동시성이겠다.

인스타에서 원석 관련 인사이트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분이 오행 팔찌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내가 했던 고민과 비슷한 말들을 한 것이다.

검은색이 무조건 水 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물의 기운이나 이름을 지닌.. 가령 아쿠아마린 혹은 라리마 같은 원석들의 오행을 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동양에서 색에 의미를 부여하던 방식과 서양에서의 방식은 달랐을 것이다. 게다가 동양에 오행이 있다면 서양에는 4 원소설에 철학이나 오컬트적 기반을 둔다. 똑같이 물에 대해 얘기해도 구체적인 양상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인간이기에 특정 색에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지점도 존재할 테다. 빨간색을 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은 문화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색이 지닌 파장이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다.

이렇듯 특정 관점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면 도구의 함정에 빠진다. 甲을 보고 큰 나무라고만 특정 지어 이해해버리는 것과 똑같은 우를 원석에 담긴 기운을 오행이라는 틀에만 한정 지어서 이해하려고 할 때 범하기 쉽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달을 찾아가는 것이지 알맞은 손가락을 골라 거기에 안주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언제나 나는 과정 중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의 업 역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한 가지에 국한 지을 필요도 없다. 

(..)

어떤 경험을 달갑지 않아 하고 자꾸 외면하고 덮어두려 하고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평생 그 경험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놓아주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붙잡은 생각일 뿐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붙잡은 것들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24.04.25 (목)


(..)

올바름에 집착하는 것은 때로는 병이 된다. 특히나 그것이 도덕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관이 있을 때 더욱 그러한 병적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땅함에 대하여 격분을 한다면 그것은 대의라는 명분을 위해 스스로가 대표하는 어떤 힘없는 존재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때의 그 눈물을 동반한 격분은 그가 지닌 신념에 강력한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적인 수준에서의 분노나 짜증을 동반한 마땅함에 대한 발언은 그 뿌리가 개인의 욕망에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마땅함의 세계는 응당 이러이러해야만 옳음을 부여할 수 있고 그 밖의 나머지는 모두 부당하고 부조리하며 몰상식한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바로잡아야(=내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세상이 바로 선다(=내 기분이 비로소 좋아진다.) 

그러한 스탠스는 신념이란 단어의 무게감을 지탱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한낱 이기주의에 어울리지 않게 과분한 포장지를 둘러 놓았음에 다름 아니다. 

자신이 지닌 신념이 이기주의인지 스스로가 헌신하는 대의명분인지는 그 주체가 그것을 위해, 그러한 신념이 위시하고 비호하는 대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헌신하고자 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내가 지닌 신념들은 어떠한 얼굴과 뿌리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24.04.26 (금)


(..)

오늘이 경신庚申일이로구나. 경신 수행을 해볼까도 싶었지만 내 레벨에서 함부로 논할 수행법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명상과 더 깊게 친해지고 나서야, 그리고 내 인생에서 왕성한 시기를 보내고 나서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다만, 두 달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경신일을 맞이할 때마다 스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로 태어난 기분, 리셋된 마음으로 그 비워낸 중심에 그럼에도 남아있는 씨앗 같은 무엇이 존재하는지 잘 살펴야 하겠다. 내가 자꾸 마음이 쓰이고 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고, 혹은 형언하기가 어렵지만 왠지 계속 끌리는 그것 말이다. 물론 그것이 내 평생의 과업인지 아니면 특정 기간 동안에만 내게 주어지는지는 대번에 알아차릴 수는 없겠지.

(..)

공포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돈이 됨을 알고 자신이 그 공포를 만드는 데 일조하여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생각조차 못 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람들. 남의 불행이나 고통에 대한 공포심, 조바심을 유발하여 지갑을 열게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진짜 위험한 상황이라면 미리 알려 피흉취길을 도와야 할 따름이다. 




24.04.28 (일)


(..)

아침부터 보험사의 숫자놀음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게 눈에 보이니 순간 안에서 짜증이 치미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 주말이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보류하자고 생각하니 감정도 그에 따라 '휴전 협약'에 동의 서명을 하는 게 느껴졌다. 

어떤 감정은 알아차림과 흘려보냄이 수월한 반면, 어떤 것은 도무지 그렇지가 않다. 차이는 중요성의 정도에 있으리라. 특정 사안에 스스로가 부여한, 혹은 사회가 부여한 기준인데 단지 개인이 그것을 내면화했을 따름인, 중요도의 크기와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 및 조절의 난이도는 비례한다. 

따라서 삶을 유영하며 살기 위해서는 첫째로 과도한 중요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카르페디엠, 아모르파티, 메멘토 모리 등과 같은 격언들을 패션 장신구처럼 치장하고만 다닐 게 아니라, 정말 그것에 대해 음미하고 가급적 자주 떠올려 보는 게 그것과 하나 되는 길이니. 신념을 치렁치렁 달고만 다니지 마라. 키링도 아니고. 씹고 음미하고 삼켜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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