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 예절의 기본 수칙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4세기에 성 모니카와 그녀의 아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를 방문할 계획이던 차에, 로마에서는 토요일이 금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살던 밀라노에서는 토요일이 금식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그들은 성 암브로시우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내가 여기(밀라노)에 있을 때는 토요일에 금식하지 않지만, 로마에 있을 때는 토요일에 금식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답으로 인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이 단순한 명제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활터의 예절이나 전통, 문화 등에 문외한이더라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주역의 애독자였던 공자 선생께서 말씀하길, 진정한 군자는 오히려 점을 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도 명쾌한 법. 앞으로 적어나갈 것은 저 문장을 뿌리로 하여 파생된 기둥과 가지와 잎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 법칙을 위배한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활터에서 알아두면 좋을 예절이나 문화 등에 대해 내가 경험하고, 또 배우고 익혀서 알아가는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이제 막 3년을 바라보는 아직 한없이 부족한 초보 궁사이기 때문에 언제나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태도는 활을 그만두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가슴속 정언명령처럼 품고 살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애초에 위 명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과는 대전제가 다르니 대화자체가 성립이 될 수가 없다. 원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라는 명제를 가져와 그 예외가 자신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그 경계가 애매하여 사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필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때가 왕왕 발생한다. 하여, 오래된 선배 궁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활터의 문화와 예절에 관련된 책을 펼치고, 직접 보고 듣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물론 저 명제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로마가 무조건 옳았다면 현대에 이르기까지 로마라는 국가가 고스란히 전통과 문화를 유지한 채로 살아남았어야 할 것이다. 만물은 변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인간이 만든 문화나 전통에도 변화는 필연적이다. 시대착오적이거나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유래를 지닌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기독교 신자거나 불교 신자라고 해서 이슬람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우선은 그 양식을 지켜오며 살아온 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것이 궁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글을 적어 내려 갈 필자의 글을 읽으실 땐 위와 같은 대전제를 꼭 이해해 주십사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면 활터의 로마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활터마다 차이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음 글에서부터 하나씩 다뤄보도록 하겠다. 중간중간 필자가 겪은 여러 가지 활터의 사건 사고들도 공유해 볼 생각이다.
원칙이나 전통에 관한 부분은 최대한 꼼꼼히 조사 후에 출처와 함께 글을 올리겠지만 혹여 필자의 미흡함으로 인해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댓글로 정정 요청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