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약간 찜찜한 첫 유럽여행을 마치고 친구와 한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 쌀국수를 허겁지겁시켜 먹었다. 냉랭해진 뱃속을 뜨겁고 매운 국물이 들어가자 비로소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여행 내내 한식도 아닌 베트남 쌀국수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다음 여행에 대한 복선처럼 2주도 안돼서 나는 베트남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차가웠던 유럽 여행을 마친 나는 계획에는 없던 베트남을 향해 비행길을 떠나고 있었다. 내가 유럽여행을 간 동안, 엄마와 동생이 베트남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기도 전에 끌려간(?) 여행이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베트남 여행은 힐링 그 자체였다. 추운 날씨에서 시달렸던 내 몸은 베트남의 따뜻한 기후와 햇살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하고 온화한 날씨를 만끽하며 마사지와 바닷가에서의 물놀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비로소 내가 꿈꾸던 휴양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남부 프랑스와 니스에서 원했던 휴양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나의 계획보다 멋지고 놀라운 계획을 세워두신다.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베트남 푸꾸옥에서의 아름다운 자연과 온화한 기후에 대한 잔상은 천국을 다녀온 것과 다름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계약 종료로 백수가 되었다. 그 후 몇 개월동안 실업수당을 받으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재취업 기간을 견뎌냈다. 다행히도, 그토록 원했던 디자이너로 다시 돌아가서 만족스러운 조건의 일터에서 일할 수 있었다.
잠시 터지는 폭죽처럼, 여행은 순간이지만, 그 이후의 삶은 어쩌면 치열하고 지루한 연속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일시적인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나의 경계를 허물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그때를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도 많다. 조금 더 정보를 찾아볼걸 (그 흔한 유튜브 영상을 하나도 보지 않고 떠난 건 매우 큰 실수였다), 그때 그 물건을 샀어야 했는 데,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 데,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반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에서 허우적대다가 다시 당연한 것들로 돌아와서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는 것.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함께 만들어간 추억. 아름다운 건축물과 작품들. 그 외에도, 여행이 주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좋고, 싫음, 지루한 모든 상황을 경험하며, 어느덧 나는 인생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colorful life
검은색, 회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다양한 색들이 때론 경쾌하게, 때론 느리게 춤추며 지금도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다. 그렇게 모든 인생은 저마다 하나뿐인 작품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