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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Jun 30. 2024

나의 달콤한 전환장애

녀석의 실체




마음속의 감정적 갈등 신체적 운동 기능이나 감각 기능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전환장애


단순히 몸의 문제인 줄 알았지만

원인은 마음속에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있다.


차갑게 들렸지만 이는 사실이었.


할머니, 엄마, 친구, 애인


누구도 인생을 대신해주지 못했다.


평생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기댄다고 오던 완벽한 평온함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이젠 미룰 수 없다. 마음속에 숨은 감정적 갈등, 그것의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아봐야 했다. 상담을 받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나를 돌봐야 했다. 



심연 속에 작은 생각 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만약,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누군가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했다면, 그동안 나답지 않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사랑했다면, 녀석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전환장애는 발병하지 않았을 것이다.



녀석의 정체는 바로 나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나였다



수면 위로 보글보글, 녀석의 정체가 드러난다.





'애정'이란 나에게 있어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먹이였다. 전부터  그것을 편히 받아먹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차갑게 변해버린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쉽게 좌절했다.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는 사실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는 게 있다면 주는 것 또한 인생인데 그걸 몰라 허우적거렸다.


나는 받아먹기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 나약한 온실 속 화초였다.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슬퍼하는 나에게 녀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려줄 방법을 택했다. 스스로 사랑을 줘야 한다는 , 살을 꼬집어서라도 일깨워줘야 했다.


고마운 일이다.


받기만 해온 인간에게 있어 주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무한한 외로움에서 벗어날 때가



인생을 망치러 온 줄 알았던 나의 구원자. 내게 맛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달콤한 전환장애.


너무 미운 녀석은 나에게 절대 미워해서는 안 될, 나를 스스로 안아주게 만들었 날 더욱 사랑하기 위한 길을 활짝 들춰내 주었다. 기어코 힘든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도록 등을 밀어버리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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