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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Jun 26. 2024

치유는 사랑으로부터

전환장애도 따뜻하게




'사람은요~ 사람에게 치유받아요'



어느 날 오은영 박사님이 위와 같이 말하는 사진을 봤다.



',,예,, 그만큼 사람 때문에 죽죠'



사진 반대편에서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님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위처럼 대답했다. 마치 온탕과 냉탕의 만남 같았다.


처음엔 이수정 교수님의 말이 공감됐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본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탓 인간관계  무차별적인 공격 안에서 피를 철철 흘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탓에 죽을 지경이 됐던  사람은 그들 덕분에 다시 살만해지기도 했다. 차가운 물 안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언제가 온탕에 들어가는 순간은 오기 마련인가 보다.





2023년  나는 어찌저찌 인연이 닿아 풋살 동호회에 들어갔다.


그룹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녀석은 뭐든 무섭게 만들었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은 제어하기 불편한 몸을 가진 나로서 부담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들어간다. 내게 사람이 필요함을 본능적으로 느끼면서.



동호회 안에서 외롭고 의심 많던 내 인간관계 세포들이 따뜻하게 커갔



본래 운동을 좋아하던 모습이 자연스레 튀어나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날 좋아해 주었다. 적지만 친구도 생겼는데 별 게 없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고 먼저 다가와 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 앞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그게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친구를 어떻게 만드는 지도 깨끗이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친구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내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되는 관계였다.



동호회에 들어간 후로부터 몸을 움직이는  편해졌다. 억지로 운동하는 기분 또한 줄게 되었다.



내게 큰 상처를 남긴 '사람'선택한 건 지난 몇 년 간 가장 잘한 일이 된 것이다.





속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게도 아직 많이 어렵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멀쩡하다가 돌연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의식적으로 따뜻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에게 모인다는 말, 그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사람은 차갑게 굳은 마음을 푸는 촛불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닥불 주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이듯, 나 또한 작은 불꽃처럼 따뜻함을 키워나가도록 해야겠다.



(오글거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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