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공주 Jun 30. 2024

나의 달콤한 전환장애

녀석의 실체




마음속의 감정적 갈등 신체적 운동 기능이나 감각 기능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전환장애


단순히 몸의 문제인 줄 알았지만

원인은 마음속에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있다.


차갑게 들렸지만 이는 사실이었.


할머니, 엄마, 친구, 애인


누구도 인생을 대신해주지 못했다.


평생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기댄다고 오던 완벽한 평온함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이젠 미룰 수 없다. 마음속에 숨은 감정적 갈등, 그것의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아봐야 했다. 상담을 받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나를 돌봐야 했다. 



심연 속에 작은 생각 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만약,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누군가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했다면, 그동안 나답지 않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사랑했다면, 녀석이 나서지 않고 전환장애는 발병하지 않았을 것이다.



녀석은 나에게 사랑받지 못한 나였다



수면 위로 녀석의 정체가 드러난다.





예전부터 '애정'이란 나에게 있어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먹이와 같았다. 난 그것을 편히 받아먹으며 자랐다.


그래서 차갑게 변해버린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해 쉽게 좌절했다.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는 사실을 버틸 수 없었다.


내게 오는 게 있다면 주는 것 또한 인생인데 그것을 몰라서 허우적거렸다. 받아먹기만 할 줄 알았다.


우물 안 개구리, 나약한 온실 속 화초였다.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나에게 녀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려줘야 했다. 스스로 사랑을 줘야 한다는 , 살을 꼬집어서라도 일깨워줘야 했다.


받기만 해온 인간에게 있어 주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싶다.



하지만 무한한 외로움에서 벗어날 때가



인생을 망치러 온 줄 알았던 나의 구원자이자 내게 맛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달콤한 전환장애.


너무 미웠던 녀석은 나에게 절대 미워하면 안 될 나를 안아주게 만들고 날 더욱 사랑하기 위한 길을 활짝 들춰냈다. 내게 기어코 힘든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도록 등을 밀어버리고야 만다.

이전 16화 치유는 사랑으로부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