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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May 22. 2024

미술심리상담소 상담 소장님

전환장애를 상담하다(1)




때는 2022년, 녀석과 함께 한지 무려 7년째전장을 누빈 후 가까스로 대학교를 졸업했다.


총구를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난 사회 최전방에 서 있었다. 진로 고민, 사회생활, 내 곁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는 녀석과 함께.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갑자기 하혈을 시작하더니 빨간 점들이 바이러스처럼 팔다리로 번져갔다.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먹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병원에서는 그놈의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젠장. 문제가 있든 말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난생처음 상담이란 걸 받으러 갔다.





미술심리상담소


상담실 문 앞에 서서 엉거주춤 버튼을 누르자 위잉 소리를 내며 자동문이 열렸다.


그 뒤로 흰 가운을 입은 소장님이 웃으며 나타났다. 마주 앉은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바로 상담을 시작했다.


우선 첫 상담이라 TCI 검사부터 들어갔다. 'TCI 검사'란 기질과 성격을 살펴보는 테스트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을 말한다.


아무튼 검사 결과 난 유독 불안함이 높았고 동시에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도 높게 나왔다. 한마디로 뭘 굉장히 하고 싶어 하는데 굉장한 불안함도 같이 느낀다는 뜻.



"아휴, 힘들었겠다"



소장님이 가장 먼저 뱉으신 한 마디였다. 그는 내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고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말했다.





미술 치료 / 인생그래프



방문 이후 상담은 항상 미술 치료와 함께 병행됐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텅 빈 종이에 사람을 그리고, 집을 그리고, 어떨 때는 잡지를 오려 붙였다.


평생 미술과 친했기 때문일까(좀 그립니다만) 미술치료가 썩 즐겁진 않았던 것 같다. 뭔가 속이 뻔히 보이는 느낌?



상담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더 편하고 좋았다



그런 면에서 인생그래프를 활용한 상담이 잘 맞았다.


그래프를 그리고 굴곡진 부분마다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설명한 후 소장님의 조언 듣는 과정이었다. 


그로부터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 서툴렀을 뿐이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것들을 알게 됐다.  생각과 행동이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인지 수도 있었다.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부족한 신뢰



진지하게 상담을 임한 게 생에 처음이다 보니 뭘 말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몰라서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전부 말하려 한 듯했다. 그래야 소장님이 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반대로 나 자신도 포용하기 버거운 방대한 얘기를 한 사람이 전부 받아들이는 게 가능한가 싶어 의심도 들었다 얘기를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인지, 상담소 상담사로서 '들어주는 것' 뿐인지 소장님을 판단하려 했다.


진심, 당시에 내겐 그것이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다.


안타깝게도 소장님의 눈빛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그것찾지 못했다. 물론,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불안과 의심이 문제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담을 계속 다닌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됐다. 예약한 10번의 상담이 끝나자 미술상담소를 방문하는 일은 거기까지가 마지막인 것으로 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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