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이 언제쯤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들만큼은 살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중 3년은 시계 분침의 한 칸도 채 안 되는 시간일 게다. 그런데 왜 나는 그 3년을 30년, 아니 300년처럼 보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했다. 내가 20대였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치는 적은데 할 일은 더럽게 많은 그 20대 말이다.
사람들은 20대에 다양한 선택을 한다. 공부를 더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사람도 있다. 그중 나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고, 그게 이 정도로 어려울지 몰랐다. 3년간 나는 취준생이었다. 때로는 인턴으로, 알바생으로 불릴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 불리는지와 상관없이 난 스스로를 취준생이라 명명했다.
취준생은 의외로 묘한 안정감을 주는 단어였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고,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어떤 이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고, 엄마 아빠의 걱정을 그나마 덜어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취준생이라는 이름을 붙인 지 3년이 되던 해, 괜찮을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혼자 몸을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나는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 시리즈는 상담을 받는 동안 썼던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시험이나 면접 결과와 상관없이,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발견하고자 했던 기록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목적으로 쓰거나 어려움을 극복한 나를 전시하고자 쓴 글이 아니다.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것 같은 3년이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의미 있었노라고 나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만일 이 글들이 당신을 위로한다면, 그건 분명 예상치 못한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