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Jul 10. 2024

반짝이는 금성에서 춤을 (1)

+ 아래 제 글을 감사하게도 낭송해주신 작가님이 계세요. 김소이 작가님!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담아 즉흥적으로 멋지게 표현하실 수 있는 작가님이세요^-^ 글을 쓸 때보다 더 달콤한 여행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echoes/306




점 펼치기 편 >5<


+점 펼치기 편은 <오므리기>와 반대되는 움직임으로 제가 여정 중 새로 발견한 저의 모습을 좀 더 펼쳐보는... 그런 것입니다.
++ 점성학을 이용해 봅니다. 저의 행성과 별자리를 토대로 캐릭터와 옷을 만들어 입히고 무대에 세웁니다. 행성이 하는 그날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 답을 이어 나가다 보면 종착지에 다다르는데요.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요?




나의 북극성을 향해 가는 길, 목성 다음으로 들러볼 행성은 사랑의 비너스(Venus), 금성이다. 미의 여신으로 이름 값하는 금성은 밤하늘에서도 눈에 띄게 반짝인다. 달에 이어 두 번째로 밝은데 항성 중에 가장 밝은 시리우스보다 25배 이상 밝다.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거의 유사하지만 대기질에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라 표면온도는 섭씨 460도까지 올라간다. 대기압도 어마무시하게 높으니 생명체가 살기에는 혹독하다. 너무 매력적이지만 매력에 타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또 재밌는 건 다른 행성들과 달리 역방향으로 자전하는데 그 속도도 태양계 8개 행성 중 제일 느리다. 하루(지구 시간으로 243일)가 1년(225일)보다 더 길다. 그러니 이 행성에 발을 들이면 하루를 일 년처럼 보내게 될 것인지. 그 시간의 결이 몹시 궁금하다.

달이 엄마라면 금성은 여자다. 점성학에서 금성은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존재에 투사하는 여성은 어떤 것일까. 남성이라면 자신 안에 반쪽에 대한 취향을 볼 수도 있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다. 존재만으로 반짝이는 당신이 세상에서 발견하게 될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볼지도 모르겠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니 금성 사수에 있었다. 






캐릭터(금성)+옷(사수자리): 자유롭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다소 낙천적이며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불화살을 쏘아댄다.  


+무대: 쿠바

가기 전에 정거장(퀘벡)에 들렀다가 간다. 



금성이 그날의 무대에 던지는 질문.



0. 당신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0. 당신은 상대에게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가? 



사순이(이번 캐릭터의 이름이다)는 이 질문을 염두하며 금성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정거장 -소행성 2002 VE68 - 퀘벡> 



눈이 가득 쌓인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상냥하고 친절했다. 차가우리만큼 합리적이기도 했다. 그들은 프랑스어를 쓴다. 불어,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은데 낯설게 들린다. 뭔가 모르게 성질이 다른 언어를 듣는 것 같다. 같은 씨앗인데 다른 환경에 놓였다. 혹독한 추위에 적응하며 핀 꽃을 보듯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락한 집 실내에 놓인 꽃들인데 그 뿌리의 향은 추웠다. 


자크 카르티에 씨, 샤플랭 씨, 이렇게 추운 지역을 발견하셨나요. 


사순이는 추위에 몸을 떨다가 영수증에 고지된 텍스를 보며 더 추워졌다. 눈만 내놓고 다녀도 춥다.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다녀도 그렇다.   

 

살사를 춘다는 프랑스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워홀로 장기 체류 중이었는데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중해의 자비로운 햇살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녀는 쿠바에 가고 싶어 했다. 여기서 얼마 걸리지도 않아. 그녀는 아득한 먼 미래에나 가 닿을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이 말을 반복했다. 

순간에 오롯이 존재하는 커플의 춤을 보았다. 같이 본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유롭게 움직여, 물결처럼.

쿠바 춤은 노예의 춤이야. 그들은 자유로울 때만 춤을 췄어. 수천만 리 떠나와 잡혀 있다고 생각해 봐.

우리 춤은 그 순간 자신의 표현이야. 



사순이는 겨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2018. 퀘벡




<금성- 쿠바>



사순이는 쿠바라는 아주 낯선 세계에 진입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이다. 공간을 이동했는데 다른 타임라인으로 쑤욱 들어온 느낌이다. 



혼자 왔니? 어디 가니? 



사순이의 걸음마다 그들의 언어가 길을 만든다. 가다가 우당탕 대차게 넘어진들 쳐다볼까 말까 한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득달같이 관심을 보이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했다. 추위를 피해 온 이곳은 너무 뜨겁다. 냉탕에서 열탕으로 바로 왔다. 게다가 불과 몇 시간을 지나왔을 뿐인데 수십 년을 거꾸로 뒤감긴 공간에 툭 떨어진 느낌이다. 체 게바라가 골목 끝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나오고 낡은 카페 테이블에 앉은 시엔푸에고스가 시가를 물고 윙크를 날린다 한들 그리 놀라울 것 같지도 않다. 그때 사진을 봐도 더 과거 같지도 않은, 지금의 연속이다.  



구글맵이 아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맵스미를 깔았다. 유심을 사려고 봤더니 데이터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판매한다. 바깥세상과 접촉을 시도해 보려고 땡볕에 몇 시간이나 줄을 서서 인터넷 카드를 받았다.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 카드에 숨겨진 패스워드를 긁는다. 복권 긁듯 동전으로 살살 문질러야 하건만 그걸 또 파워풀하게 긁어서 안에 번호마저 같이 날아갔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다. 헛웃음이 난다. 희미하게 보이는 숫자를 가지고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조합해 본다.   


도와줄까? 

 

잠깐의 어설픔에도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이 온다. 구원의 손길로 시작했는데 돈을 달라거나 춤을 추자고 한다. 무상교육과 의료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그들이지만 화폐 단위의 차익에 어찌나 밝은지 사순이처럼 얼빵한 애를 속이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돈도 크게 한번 털리고 마음마저 탈탈 털린 사순이는 춤을 추고 싶은 전의마저 상실했다. 살사 퀸이 되어보겠다는 야심은 파도의 물거품이 되었다. 파도가 끝도 없이 들이치는 말레콘에서 잡은 생선처럼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 낭만은커녕 어딘가 씁쓸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사순이는 입버릇처럼 중얼거렸다. 사순이상식을 운운할 때마다 그들은 말했다.



상식이 뭔데?



몸이 아주 아프고 나서 눈을 떴을 때 사순이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캐나다 달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까지 제대로 탈이 났다. 더운 날씨에 고열로 몸을 덜덜 떨고 있자니 추우나 더우나 매한가지다. 밖의 날씨는 중요한 게 아닌 것만 같다. 마음 안에서 피어 올리는 이야기가 한겨울이니 카리브해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이토록 춥다. 보이지 않는 허기는 채워질 수가 없는 것이다.  




사순이의 일기


내가 속한 세계가 아주 크다고 생각했어. 그 세상에서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고 싶었어. 시간이 흐르고 사랑과 신뢰와 이해가 깊어가는 아름다운 동산에서 불현듯 내가 쌓은 벽을 보았어. 동산이 커질수록 더 넓은 반경으로 돌담이 올라갔어. 사랑을 주고 나의 동산을 가꾸는 만큼 밖의 벽은 상하게도 높아만 가는 거야. 오만가지 정성을 쏟은 나의 정원처럼 특별히 애쓰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정원이 살기 좋은 곳이 되어갈수록 담은 튼튼하고 견고해지기이한 일이야. 사랑과 함께 쌓은 담. 담 안의 사람들을 단단히 지켜줄 수 있는 담. 웃음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나는 또 담을 보았어. 담 너머 누군가가 내게 눈을 맞추며 물어. 나는 이방인이니?



그는 내게 말해. 태양은 하나가 아니야.



남들이 뭘 좋아하는지 영악하게 잘 아는 아이가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몸이 아팠어. 내가 진리라고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오면 나는 그만큼 넓어진 것이라고 생각했어. 난 아무 데도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어딘가에 속하고 싶기도 했어. 가끔 익숙한 아이가 다시 올라올 때면 벽도 같이 자라나기 시작했어. 이 아이에게 뭔가 절대적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꼈어. 어딜 가도 흔들리지 않을 절대적 사랑, 나는 그걸 찾기로 했어. 






탑 위에서 작은 창을 통해 본 풍경, 예전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노예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쿠바 폴더 열었다가 그 사이에서 발견, 루미 글. 이건 어디서 보고 적었던 건지.. 기억이 안 나요. 이 시기에 제가 담았던 말인가봐요.


2018. 쿠바 바다







커버사진; 쿠바에서 만난 이브와 아담, Fábrica de Arte Cubano, 2018. 


+Fábrica de Arte Cubano; 폐공장(1910년 식용유 공장으로 오픈)을 이용해 2014년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현재의 쿠바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다양한 공연, 전시도 하고, 바, 클럽으로도 이용됩니다. 제가 갔을 때는 패션쇼도 했어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0. 이 글을 적는 지금 저의 마음은 다른 행성을 신나게 달리고 있어요. 마음은 저 앞을 달리고 있지만

오늘은 이걸 써야 해요. 순서대로 써야 하거든요. 제가 그렇게 정했어요 으흑

다음 편은 일요일이니.. 장흥이나 함양에서 쓰고 있을 것 같아요. 

내일은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가고요. 오랜만에 나들이라 너무 신납니다. 

오늘 구름이 아주 매우 예뻐서 목이 꺾이도록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 밑에 바람도 기분좋게 살랑불고요.

잠시 거북이가 되어 이 모든 것들을 마음에 깊이 담고 오겠습니다. 원래도 거북이였지만요ㅎㅎㅎㅎ







이전 09화 반짝이는 금성은 다음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